[창간특집] 포스트 코로나 시대, 新생활풍속도 ① 주부
[창간특집] 포스트 코로나 시대, 新생활풍속도 ① 주부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6.08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의 전업주부들…‘정신건강 주의보’
(사진=아이클릭 아트)
(사진=아이클릭 아트)

올해 초 한국사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커다란 재난을 맞았다. 전 국민은 일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정부는 관련 대책 등을 세우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인들은 바이러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며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생활하고 있고, 젊은이들 또한 코로나발 경제 불황 등으로 취업난과 더불어 고용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또 기혼 여성들은 쉴 틈 없는 육아와 살림에 지쳐 자신을 돌볼 겨를 없이 지내다 급기야 주부우울증으로 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을 누벼야 할 학생들은 온라인 학교를 마주했고, 여전히 코로나19는 건재한 가운데 학생들의 등교 개학은 불안하기만 하다.<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며 온라인 세상 곳곳에서 전업주부들은 “우리는 먹고 노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항변하고 나섰다. 이들 주부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채 코로나19 사태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많이 개선됐다지만 사회적으로 여전히 가사노동의 가치를 낮게 보는데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전보다 가사 노동 시간은 폭증했다. 

학교(유치원 포함)는 휴교하고 학원마저 휴원 조치하는 곳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 몸도 힘들지만 자신만을 걱정할 수도 없다. 

인터넷 맘까페 등에서는 이를 하소연하는 글이 상당수다. “학교는 개학을 연기하고 ebs 방송이나 과제 등으로 수업을 대체해 버렸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껴야 한다. 아이들도 답답하겠지만 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청소를 해도 끝이 없고 놀아주고 나면 밥 줘야 하고 밥 주고 나면 또 청소”라고 하소연한다. 

더욱이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배우자 또한 집에 있으면 할 일은 산더미가 된다. 배우자가 집에 있으니 일주일 내내 마치 주말과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외식도 어려워 주부들은 각기 메뉴를 공유하기에 바쁘다. 또 얄미운 배우자는 재택근무를 하며 마치 주부들은 노는 사람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이것저것 살림을 지적하며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해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아이들도 모자라 배우자까지 ‘돌봄’을 해야 하는 상황, 이것이 전업주부들의 코로나19 생활이다. 

가사 노동은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또 아이들을 돌보는 ‘돌봄’ 또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처럼 전업주부들의 노동은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 일도 안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인 돌봄이 어려워지면서 전업주부들의 가사시간과 돌봄 노동시간은 이전보다 급격히 늘어났다. 

맘까페 한 주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이라면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지인들과 차 한 잔 마시는 게 그나마 위안 이었다”라며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은 전혀 없다. 하루 종일 아이들 챙겨주고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나면 또 아이들과 놀아주고 또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그렇지 않아도 남편이나 아이들보다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적은데 이제는 고립되고 소외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하소연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전업주부들의 소외감과 우울감, 답답함은 커져만 가고 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