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싸이월드, 폐업할 권리와 의무
[기자수첩] 싸이월드, 폐업할 권리와 의무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6.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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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에서 과거 국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였던 싸이월드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일각에선 주로 자신의 옛 사진과 추억 등 일생이 담긴 싸이월드를 돌려달라고 요청한다. 또 다른 이들은 국세청이 직권으로 폐업처리를 했다는 소식에 싸이월드를 방문했지만 접속이 안 된다며, 사진만 백업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반면 이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십 수 년 간 사용하지 않다가 서비스가 사라진다 하니 지속적인 서비스를 바라는 건 욕심이란 이유에서다. 싸이월드의 서비스 종료가 예견됐던 만큼,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실제 사이월드는 작년 10월경에도 별도 공지 없이 접속장애를 일으켜 논란을 빚었다. 당시 싸이월드의 도메인 만료기한이 2019년 11월까지로 알려지면서 서비스 폐지설까지 돌았고, 싸이월드는 도메인 만료 기한을 1년 연장하며 명맥을 유지했다. 이후 많은 사용자들이 싸이월드에 접속해 사진 등을 백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억과 공감대가 많은 1세대 SNS 싸이월드의 폐지소식에 이용자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이는 셈이다. 여론은 ‘경영이 어려운 만큼, 서비스가 중단될 순 있다’는 방향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특히 IT업계에선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와 서비스들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한때 주목받는 서비스도 빠른 트렌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 경쟁력을 잃은 서비스는 억지로 끌고 가는 것보다 폐지되는 게 자연스런 수순이란 뜻이다.

아쉬운 건 싸이월드의 태도다. 싸이월드는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싸이월드는 임금체불 등으로 직원들이 떠났고, 사무실도 비워진 상태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가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되지만, 그조차 정부의 뒤에 숨어 소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전 대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전화통화에서 ‘서비스 유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이 주요 콘텐츠인 SNS업체의 대표가 이용자들과의 소통엔 무심한 모양새다.

사업가들의 경험담을 듣다보면 실패는 흔히 있는 일로, 병가지상사에 비유된다. 대부분의 사업가들이 숫한 실패를 경험하며, 단 한 번의 기회로 반등에 성공하곤 한다. 전 대표 역시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는 과거 ‘성공한 벤처기업가’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기도 했다.

다만 전 대표는 재기를 꿈꾸기에 앞서 현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 등도 밝혀야 한다. 전 대표가 이미 황폐화된 서비스로 실망한 이용자들 앞에 직접 나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