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절치부심' 롯데맥주, 삼세번 기회 잡아야
[기자수첩] '절치부심' 롯데맥주, 삼세번 기회 잡아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6.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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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지난 2014년 ‘물을 섞지 않은 맥주’라는 콘셉트의 ‘클라우드’를 선보이며 국내 상업용 맥주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시장점유율 95% 이상을 점유하며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체 유통망과 대기업의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롯데가 과점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자극제이자, 시장 파이도 함께 키울 수 있는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했다. 

롯데 맥주사업을 전담한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2020년까지 맥주 시장점유율 17% 달성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6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롯데의 맥주사업은 당시의 기대만큼 녹록치 못한 상황이다. 클라우드 맥주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얻었으나 저변을 확대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롯데칠성은 2017년 카스와 하이트의 대항마로 클라우드보다 좀 더 가볍고 소맥(소주와 맥주 폭탄주)용으로도 어울리는 ‘피츠 수퍼클리어’를 내놓았지만, 최근에 단종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브랜드별 국내 맥주 소매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에서 클라우드와 피츠는 각각 2.1%, 1.5%에 그쳤다. 오비 카스와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출시한 테라는 물론 칭타오, 하이네켄 등 수입맥주보다 뒤진 수치였다. ‘롯데 맥주’라는 상징성을 감안했을 때,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롯데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불매운동의 불똥이 롯데까지 튀면서, 맥주 영업과 마케팅, 홍보 등이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 이슈로 주력시장인 외식·유흥채널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맥주 공급 또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러한 속사정까지 알리 만무하다. 먹거리를 만드는 기업의 숙명인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는 그간 음료부문과 주류부문 각자 체제로 유지했으나, 올 들어 이영구 통합 대표체제로 조직을 재정비한 후 ‘이번 아니면 끝이다’라는 절치부심으로 이달 1일 맥주 신제품 ‘클라우드 생(生) 드래프트’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카스·테라와 같은 라거 계열의 맥주이면서 생맥주의 신선한 맛을 집중 강조했다. 알코올 도수는 이들과 별 차이 없지만, 가격경쟁력은 좀 더 높였다. 공교롭게도 3년 전에 선보였던 피츠 수퍼클리어 맥주의 출시일과 같다. 

피츠의 전철을 또 다시 밟을지, 아니면 롯데 맥주가 반등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는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맛과 품질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맥주시장이 활기를 띨 수 있는 새로운 촉매가 되길 바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