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갈 물리고, 독주하고… 177석 민주당의 '공포정치'
재갈 물리고, 독주하고… 177석 민주당의 '공포정치'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6.0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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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일하는 국회 명목 '단독개원'… 김태년 "전진 막지 못할 것"
내부로는 윤미향·금태섭 논란 함구령… 국회법 위에 놓인 당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독단적 행동'과 '입막음'으로 21대 국회를 초반부터 뒤흔들고 있다. 4·15 총선에서 177석을 석권한 후 '힘의 논리'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원 임시국회를 앞둔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내일 본회의를 반드시 열겠다"며 "어떤 장애도 새로운 국회를 향한 전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야권을 향해 엄포를 내놨다. 그러면서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은 21대 의회에 대한 국민의 지상명령"이라고 부각했다.

여권은 새 원내 지도부가 들어선 후 상생·협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외적으로는 '독주' 인상이 강해지고 있다. 야당의 최후 견제 수단으로 볼 수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내줄 것을 요구하면서 '단독 개원'이라는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하는 국회'를 명목으로 연일 야권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에서 몸집을 불린 후에는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과거사 재조명·재조사' 추진을 예고하면서 이념 논쟁 위험성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과 왜곡·폄하 처벌을 위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당 정책위원회 검토와 의원총회를 거쳐 소속 의원 177명 전원 명의로 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또 일부 국가유공자에 대한 현충원 파묘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여론은 친일파와 한국전쟁 영웅 사이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미래통합당에선 황규환 부대변인이 "조만간 임진왜란도 재조사하자고 할 판"이라며 "어느 때보다 소통과 협치에 대한 기대가 높은 21대 국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치 숨겨둔 증거가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고, 의혹과 음모가 존재하는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역사학계 영역을 집권당이 재단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부로는 각종 비위 의혹 논란에 선 윤미향 의원 옹호를 위해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고 함구령을 내리면서 일부 의원의 '직접 해명' 요구에는 재갈을 물렸다. 실제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인 이낙연 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까지 윤 의원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하며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하다가 최근부터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친 문재인 계파'의 '공포정치'를 제기하고 있다.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한 처벌 단행도 구설수에 올랐다. 금태섭 전 의원은 20대 국회였던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실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표결 과정에서 당론과 달리 '기권' 표를 던졌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경고' 징계를 받았다.

이 대표는 "강제당론을 어긴 데 대한 징계"라고 설명했지만, 국회법 114조(자유투표)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한다. 이 때문에 당론이 국회법 위에 있다는 질타까지 나왔다.

김해영 최고위원과 조응천·박용진 의원 등 일부 인사는 소신 목소리를 내며 당에 대한 고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막 정계에 입문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연일 금 전 의원을 치켜세우던 김남국 의원은 돌연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 말만 소신이라고 고집하고, 남의 말은 선거 못 치른다고 틀어막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다시 한 번 성찰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