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우자조금 ‘사내 갑질’ 내부고발자 색출 논란…민경천 책임론 부상
[단독] 한우자조금 ‘사내 갑질’ 내부고발자 색출 논란…민경천 책임론 부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6.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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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급 이하 직원들 갑질 간부 A씨 탄원서 제출, 노동청 신고도
관련 사안 외부 유출되자 제보자 찾기 시도했다는 얘기도 나와
일각선 “민경천 위원장 관리 소홀에 대한 반성·사과 표명해야” 주장
지난해 8월 한우자조금 사무국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민경천 위원장이 발표하는 모습. (제공=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지난해 8월 한우자조금 사무국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민경천 위원장이 발표하는 모습. (제공=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한우농가들의 기금으로 운영하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 이하 한우자조금) 사무국이 갑질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질 전망이다. 

본지는 한우자조금 사무국이 갑질 혐의를 받고 있는 간부 A씨 의혹들이 담긴 탄원서를 외부로 유출한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주장을 확인했다.

앞서 한우자조금 사무국은 최근 A씨의 직원 괴롭힘과 여성 비하, 갑질 등으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내부 감사를 마치고 차주 중에 인사위원회를 통한 징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사무국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 지난달 간부 A씨의 괴롭힘·비리 등의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민경천 위원장에게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육아휴직을 낸 부하 여직원을 대놓고 비방하거나, 직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식 참여와 음주를 강요하는 등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서원에게 자신의 근태여부 체크를 대신 해달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A씨는 갑질 행태도 일삼았다. A씨는 협력사와 워크숍 등 행사를 진행할 때 규정과 상관없이 일부 비용은 협력사가 부담할 것을 강요했고, 공식적인 행사에서 본인의 지인들을 대접하기 위해 협력사 직원들에게 안주 세팅과 같은 부당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A씨는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수차례 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한우자조금 직원들은 노동청에도 간부 A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상황이다. 

한우자조금은 자체적으로 간부 A씨에 대한 내부감사를 진행했으며, A씨 의혹들과 관련해 연계된 해당업체들은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A씨는 해당 의혹들을 반박하는 소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재 자택 대기발령인 상황이다. 

한우자조금은 차주 중에 간부 A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우자조금은 간부 A씨의 의혹을 담은 탄원서를 외부에 유출한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려고 시도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탄원서를 제출한 과장급 이하 직원들을 중심으로 유출에 대한 경위를 밝히려는 시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한 농업전문지에서 A씨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들을 보도하자, 자조금 사무국 내에서 누가 탄원서를 외부로 흘렸는지 찾아내려고 했으나 증거 포착이 어려워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행동 자체가 직원들에게 큰 압박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 한우자조금 사무국이 진행한 한우 직거래장터 현장 모습. (제공=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올 초 한우자조금 사무국이 진행한 한우 직거래장터 현장 모습. (제공=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일각에서는 간부 A씨의 의혹과 관련해 민경천 위원장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 위원장도 간부 직원의 관리 소홀이라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간부 A씨는 민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는데, 과연 민 위원장이 A씨의 의혹들을 전혀 몰랐는지 의문”이라며 “인사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모르나, 간부 A씨의 의혹이 사실일 경우에는 민 위원장이 한우농가들을 대상으로 관련 사안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우자조금 사무국은 탄원서를 제출한 직원들과 간부 A씨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인사위원회를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만큼, A씨의 의혹들에 대해 공식적인 확인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제보자 색출과 관련해서는 아직 어떤 결론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 보호 차원에서 진행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우자조금 사무국 관계자는 “탄원서를 제출한 직원의 개인정보와 신상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한 것이고, 규정에 따라 직원들을 보호하지 못하면 회사가 징계를 받게 된다”며 “직원들뿐만 아니라 탄원서를 본 위원장과 사무국장, 인사위원회 위원들까지 모두 유출 대상에 포함해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우자조금은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한우 소비촉진과 안전성 제고 등 한우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우농가가 납부한 금액을 주 재원으로 조성·운용되는 자금이다. 

농가들은 등급 판정을 받은 한우 1마리당 2만원을 기금으로 거출하며, 지난해 기준 기금 규모는 약 385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는 정부 지원금으로 94억원 가량이 포함됐다. 한우자조금 사무국은 이러한 자금을 기반으로 한우 소비촉진·홍보 행사와 수급안정, 농가교육, 한우산업 연구·조사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