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선거의 열매는 '민주주의'입니다
[독자투고] 선거의 열매는 '민주주의'입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06.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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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강화군 지도홍보계장
 

4월 15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개표를 진행하면서 많은 투표지들을 보았다. 투표지들은 모두 달랐다. 기표한 후보자가 다를 뿐 아니라, 기표한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투표지 뒷면까지 잉크가 배어나올 정도로 꾹 눌러 찍은 표, 반대로 기표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옅게 찍은 표, 반만 찍힌 위에 기표 모양을 맞추어 다시 찍은 표, 인주가 번지거나 묻어난 표 등 같은 기표용구를 사용했어도 찍힌 모양은 제각각이었고, 찍힌 위치도 모두 달랐다. 모양이 마치 들판에 핀 꽃들 같아서일까.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 라는 말이 떠오른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면, 선거의 열매는 민주주의일 것이다. 즉,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거라는 절차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라는 단어에 그 이유가 있다. 민주주의(民主主義)는 민(民), 즉 국가를 이루는 모든 사람이 주인(主人)이 되어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 이념이다.

그런데 국민은 한 사람이 아니고, 각자의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국가 정책 결정을 위하여는 의견 조정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견 조정을 위한 가장 빠르고 간단한 방법은 싸움이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과 싸워 이김으로써, 힘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의견 조정 과정을 거치는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리지 못한다.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는 힘이 아닌 다수결에 의한 의사 결정 절차인 것이다. 그 점에서, 민주주의는 소수의 ‘힘’ 이 아닌 다수의 ‘사람’ 에 더 큰 무게를 둔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힘이 아닌 국가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다수결 방식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이념에 부합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힘에 의해 결정된 정책은, 그 정책을 지지하는 극히 소수의 강한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 정책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성을 가질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 집단만을 위한 정책을 지지한 다수는 역시 다수결에 의해 다수의 지위를 잃고, 사회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소수 집단이 다수의 지위를 획득할 것이기 때문에, 다수결은 결국 사회의 발전을 이루는 최적의 수단이 된다.

이와 같은 다수결의 과정, 즉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국민의 대표자를, 다수결의 방법으로 선출하는 절차가 ‘선거’이다. 즉, 선거는 민주주의라는 열매를 맺게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꽃’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전염병의 위험 속에서 어렵게 피어난 꽃이었다.

선거 후 유난히 빨리 찾아온 듯한 여름 하늘 아래, 빨갛게 핀 꽃 모양 같았던 기표 표시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많은 어려움 속에서 치러졌던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가치있는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서영 강화군 지도홍보계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