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현동 공원 검토 부지 매입 시 '추경도 가능'
서울시, 송현동 공원 검토 부지 매입 시 '추경도 가능'
  • 전명석 기자
  • 승인 2020.06.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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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시 채권단 요구 기한 맞춰 대금 지급 서두를 것"
대한항공 "매각 추진 중이던 상황…시 입장, 당혹스러워"
전문가들 "활용도 낮아 만족할 매수자 찾기 어려워"
서울시 종로구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전경. (사진=서울시)
서울시 종로구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전경.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문화공원 용지로 검토 중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 부지를 매입하게 될 경우 추경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이 채권단 요구 기한에 맞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금 지급을 가능한 서두른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부지 매각을 추진하던 상황에서 서울시의 발표가 장벽이 됐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여러 부동산 전문가들은 송현동 부지를 대한항공이 바라는 조건에 매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낮은 용적률과 각종 제약으로, 가격 대비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 헐값 매입 주장 VS  감정가 기준 산정

지난달 28일 서울시가 해당 부지 용도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자구책 마련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내용으로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여기에 서울시가 대한항공 측에 시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000억원을 매입 가격으로 제시했다는, 이른바 '헐값 매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는 각종 규제로 23년간 개발이 되지 못하고 주인만 바뀌어왔다. 지난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해당 부지를 1400억원에 사들여 미술관을 세우려다 실패한 데 이어, 2008년 소유권을 넘겨받은 대한항공이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인근 200m 내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이후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활용한 문화공원 조성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에 대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을 요청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움직임을 공권력 남용으로 보고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자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5000억원대로 추정되는 부지를 서울시가 2000억원에 매입하려고 한다'는 일각의 의혹을 부인하며, 대한항공 측에 구체적인 매입금액을 제안한 사실이 없고 공정한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 가격에 매입할 계획임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서울시 개발정책팀 관계자는 "매입 금액은 시와 토지주가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업체가 산출한 두 가격을 산술평균한 값으로 정해진다"며 "보통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액보다 낮게 나오고, 감정평가를 하면 1.5~2배 사이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에 따른 보상액을 산정할 때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한 토지의 가격 변동은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공원 부지로 지정해 헐값에 사들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송현동 부지의 감정가는 공원화 결정 이전 토지 가치로 산출되기 때문에 현재 공시지가인 3100억원 이하로 내려갈 수 없다는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부지의 실제 감정가는 올해 표준공시지가 현실화율(65.5%)을 단순 적용하면 약 477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은 이 부지의 적정 가격으로 5000억원 이상을 바라고 있다.

◇ 현실적 매각 가능성 관건

헐값 매입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서울시의 입장에도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매입 시도 자체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액수가 충분하고 아니고를 떠나 당장 대금 지급을 못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리냐"고 말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이 자금난에 빠지자 정부는 1조2000억원 규모 지원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대한항공에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조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이은 추가 자금 마련 방안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해왔다. 지난 4월 부지 매각 주관사로 삼정 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했으며, 이를 통한 매각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현황도. (자료=서울시)
서울시 종로구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현황도. (자료=서울시)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온다면 추경을 해서라도 대금 지급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 관계자는 "빠른 대금 지급을 위해서는 관련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한다"며 "만약 대한항공과 협의를 해서 잘 된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부터 예산 편성에 들어가면 늦어지기 때문에 이미 예산마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의회 등 거쳐야 할 절차가 있으니 확답은 못 하지만, (대금 지급 시기는)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하며 상반기로 가려면 추경인데 협의만 잘 되면 추경도 안 될 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매각 협의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서울시의 부지 용도 지정 계획으로 공개경쟁입찰이 어렵게 돼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두 군데서 매입 의사를 밝혀와 (협의를) 추진 중이었다"며 "금액과 지급 시기 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매수자를 찾고 싶었는데 서울시의 발표로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시가 대한항공의 자구책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 관계자는 "민간에서 얼마나 확실하게 계약을 하고 대금을 지급할지는 모르겠지만 관(官)에서는 약속한 날짜에 정확한 금액을 지급하니 (대한항공의 자구책 마련을) 시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울시 개발정책팀 관계자는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그 전에 삼성생명도 10년 동안 개발 못 한 땅에서 누가 뭘 할 수 있겠냐"며 "매입 의사가 있는 곳이 있는지 의문이며, 민간으로 가서 또 개발 못 하는 건 큰 손실이라 생각해서 우리가 사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부지가 속한 북촌 일대는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건축물 높이는 3층(12m) 이하로 제한되며, 용적률은 100~200%에 불과하다. 게다가 부지는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도 속해 사실상 단독주택 등을 제외하면 지을 수 있는 건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에서 대한항공이 원하는 수준을 만족하는 매수자를 찾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요즘 불확실성이 커져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지금 5000억원이 넘는 부지를 살 수 있을 기업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규제가 상당히 많고 수익성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인 땅은 아니다"며 "대한항공이 제시하고 있는 가격대로 매수할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 종로구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위치도. (자료=서울시)
서울시 종로구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위치도. (자료=서울시)

[신아일보] 전명석 기자

jms@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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