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악연' 이해찬-김종인 회동… 두 정치 원로의 날선 대담
32년 '악연' 이해찬-김종인 회동… 두 정치 원로의 날선 대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6.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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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발전 위해 협조 자세 가져야"… 與 단독개원 등 비판
이해찬, 경기악화 지적에 야권 겨냥 "국가부채 얘기만 과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여야 수장으로 다시 만났다. 32년 악연의 두 원로는 21대 국회 원 구성과 3차 추가경정예산 처리에 대한 간단한 의견 교환으로 회동을 마쳤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각 당 수장 자격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며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짚었다.

먼저 김 위원장은 이 대표와 악수한 뒤 여권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하면서도 "경제상황도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히 변화한 상황에서 여야가 나라 발전을 위해 협조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원 구성과 추경에 대한 야권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방역은 어느 정도 관리가 되는데, 백신·치료제가 아직 개발이 안 돼 걱정"이라며 "경제 문제가 생각보다 상당히 타격이 클 거 같다. 경제 긴급대책을 세우긴 했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해 이번에 극복 못하면 지금까지 해온 게 너무 많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통합당이 21대 국회 개원에 반대하고 있는 것을 돌려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전세계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겪고 있는 비상한 사태에서 우리도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선진국으로 바로 진입하느냐, 이 상황에서 추락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고 부각했다. 이어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하는데 최근 느끼는 것은 한 번도 정부 재정이 경제를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그동안 너무 국가 부채 얘기만 과도하다 보니"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국가 부채에 대한 두려움만 있고 국가 부채 얘기하면 나라가 가라앉는 것처럼 (말)한다"면서도 "정부 재정 관련은 예산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으니 국회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줘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김 위원장은 또 "정부 재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해 이 사태를 빨리 극복하는데 정부·여당이 노력하면 저도 협조할 것이니 그런 노력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게 개원 문제"라며 "이 대표께서 7선으로 의회 관록이 가장 많은 분이니 과거 경험을 통해 빨리 정상적으로 개원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재차 원활한 원 구성 협상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3차 추경에 대해선 화답하면서도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5일 임시국회 본회의 개최에 대해선 거듭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원래 (국회법에) 5일에 본회의를 하는 것으로 돼 있어서 기본적인 법을 지켜가며 협의할 것은 협의하면 불필요한 과정은 우리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소통만 충분히 하면 가능하다. 저는 민주당에서 임기가 곧 끝나지만, 원내대표단이 아주 원숙한 분이라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환담은 20분을 넘기지 않았다.

두 인사의 인연은 민주화 이후 처음 열린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정의당 재선 의원이던 김 위원장은 서울 관악을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며 중진을 노린다.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학생운동권 출신이었던 정치신인 이 대표였다.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로 출마한 이 대표는 31.1%를 득표하며 김 위원장 27.1%를 꺾었다.

이들의 악연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또 한 번 드러난다. 당시 문재인 대표로부터 민주당 당권을 넘겨받은 김 위원장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6선 의원이었던 이 대표를 '컷오프(공직선거후보자추천 배제)'한다. 컷오프 사유는 "정무적 판단"이었다.

이후 이 대표는 컷오프에 반발해 세종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당선된 후 곧바로 민주당 복당을 신청한다.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던 김 위원장은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2017년 3월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실망을 느꼈다'며 탈당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 대표는 그로부터 약 1년 5개월 후 당 대표로 선출됐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