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차별에 익숙한 사람들
[e-런저런] 차별에 익숙한 사람들
  • 신아일보
  • 승인 2020.06.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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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내에서 벌어진 백인 경찰의 흑인 남성 과잉진압 사건이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니애폴리스 시내 남쪽 동네 파우더 혼에서는 백인 경찰이 수표 위조 혐의를 받는 한 흑인 남성을 무릎으로 목을 짓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워 거리에 엎어져 있게 한 다음 움직이지 못하도록 오른쪽 무릎으로 목을 눌렀는데 9분여간 계속 짓누르면서 급기야 흑인 남성이 질식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완벽히 제압당한 흑인 남성은 “숨을 못 쉬겠다. 살려달라. 제발 엄마 살려줘!”라고 호소했으나 결국 그 외침은 생애 마지막 기도가 됐다. 이후 이 내용인 담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항거하며 시위에 나섰다. 이는 미국 내 인종 차별이 여전히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인종 차별에 대한 소식을 접하니 흑인을 보고 경악했던 지난 일화가 떠오른다. A씨는 서울 5호선 어느 한 전철역에 내려 입구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들으며 걸어가고 있던 그는 역 입구 달했을 때쯤 주위를 살피다 무언가를 보고 ‘으악!’하며 소리쳤다. 흑인 남성과 여성이 벽에 기대어 서 있던 것이다.

여성은 팔짱을 끼고 있었고 남성은 차렷 자세로 둘은 정면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다른 일행을 기다리는 듯 했다. A씨는 무심코 옆을 쳐다보다 흑인 둘이 있자 무서움에 소리를 내뱉었던 것이다.

A씨는 그들이 언짢지는 않을까 싶어 곧바로 가볍게 목례하며 미안하단 제스처를 취했고, 흑인 여성은 한쪽 손을 들며 “sorry”라며 오히려 A씨를 위로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혹여 두 사람이 기분 나쁘다며 쫓아오지 않을까 싶어 입구까지 내달렸다. 아마 그 두 사람이 백인이었거나 같은 한국인이었다면 A씨는 그렇게 사람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흑인은 무섭다고 평소 생각한 게 무의식중 발현된 게 아닌가 싶다.

이번 백인 경찰의 흑인 인종 차별 사건은 수백 년이 지나도록 이어져 온 백인 우월주의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에서 참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표현 방법이 다를 뿐 우리도 사실은 생활 곳곳에서 차별을 익숙하게 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