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플랫폼'으로 진화한 편의점…수요 크게 늘어
'와인 플랫폼'으로 진화한 편의점…수요 크게 늘어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6.0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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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주문·픽업 가능해지고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매출 급증
9900원~수십만원대 품목 다양화, 예약서비스 도입 소비자 공략
한 소비자가 모바일 앱에서 와인을 주문한 후 편의점에서 수령하는 모습. (제공=BGF리테일)
한 소비자가 모바일 앱에서 와인을 주문한 후 편의점에서 수령하는 모습. (제공=BGF리테일)

편의점이 와인 구매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 확산으로 혼술·홈술 트렌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주세법 개정과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편의점에서 와인을 구입하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 업계는 그간 대형마트·백화점에 집중됐던 와인 소비층을 끌어오기 위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와인은 물론 수십만원대 최고급 제품까지 구색을 다양화하는 한편, 소비자 편의를 위한 예약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편의점에서의 와인 매출은 크게 신장됐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의 올 1월부터 5월까지 와인 매출 신장률은 45.8%로, 주류 품목들 중 가장 성장세가 컸다. 신세계 계열의 ‘이마트24’ 역시 5월1일부터 22일까지 와인 매출은 전월 동기보다 20.6% 늘어나며, 올 들어 첫 20%대의 신장세를 나타냈다. GS리테일의 ‘GS25’와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의 올 1분기 와인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1%, 14.7% 등 상승세를 보였다. 

편의점 업계는 와인 매출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 대해 홈술족의 지속적인 확산과 함께, 특히 지난 4월 개정된 주세법과 지난달부터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세청이 4월 발표한 개정된 주세법에 따라 편의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주류 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 IT(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따라 온라인에서도 성인인증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다만, 소비자가 모바일로 주류를 주문·결제한 후 매장에서 판매자와 대면을 통해 제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내 취향에 맞는 와인을 굳이 먼 거리에 있는 전문점을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 예약을 통해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픽업할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편의점 위주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결제가 허용된 것도 와인 매출 증가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금액대가 부담스러워 평소에는 구입하기 꺼리는 식음료를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통해 와인을 경험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최근 열흘간(5.13~22) 와인 매출은 5월 전체의 53.7%를 차지했다”며 “기존의 와인 구매 소비자 외에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와인을 경험하는 신규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소비자가 GS25 매장에서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GS리테일)
어느 소비자가 GS25 매장에서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GS리테일)

편의점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문점 위주로 형성된 와인 소비층을 끌어오기 위해 예약서비스 도입과 상품 구색 확대, 특가 마케팅 등을 전개하고 있다.

CU는 이달 5일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 ‘CU 와인샵’을 론칭한다. CU의 멤버십 앱 ‘포켓CU’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소비자가 앱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미리 예약하면 지정 날짜에 CU 매장에서 와인을 픽업할 수 있다. CU 와인샵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이너리에서 수입된 20여종의 와인을 판매하는데, 특히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춘 MD가 직접 테이스팅해 엄선했다. 가격은 1만~12만원대로 다양하다. 

CU 관계자는 “우선 서울시내 500여개 점포를 대상으로 와인샵 서비스를 도입하며, 점차 와인 라인업과 서비스 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는 6월 한 달간 테이블 와인(식사와 곁들이는 와인)으로 유명한 ‘라 크라사드 까베르네 쉬라’를 9900원에 선보이고, 국내에 연간 300병 한정 수입되는 70만원대 고가 와인 ‘베가 시실리아 우니꼬’도 판매하는 등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구비했다. 이마트24도 와인큐레이션 업체 ‘와인포인트’와 손잡고 현재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GS25는 앞서 4월부터 당일 와인 예약 서비스 ‘와인25’를 통해 예약상품 종류를 더욱 넓히는 한편, 150만원가량의 초프리미엄 와인 ‘샤또무똥로칠드’ 1990년 빈티지 상품을 20병 한정 판매하며 와인 초보자와 와인 마니아 모두 공략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같은 달 모바일 앱 ‘세븐앱’을 통해 와인 예약 서비스를 개시하고, 1만원 이하 가성비 와인부터 180만원 상당의 프랑스 명품 와인까지 온·오프라인 경로를 통해 100여종의 와인을 구비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