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기위(不在其位)불모기정(不謀其政)
부재기위(不在其位)불모기정(不謀其政)
  • 김 선 용
  • 승인 2009.05.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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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국 60만 명 가까운 수험생이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누구나 최선을 다하지만 지역과 학교마다 성적차이는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수학능력시험이 1994학년도 입시에 도입된 이래 16년 만에 지역별 수능성적이 공개되면서 학력 격차가 객관적 수치로 확인된 가운데, 지난달 전북 부안예술회관에서 부안교육설명회가 열렸다.

이번 설명회는 부안교육청이 지역교육의 현황과 그 동안의 성과를 설명함과 동시에 향후 부안교육이 지향하는 교육방향에 대해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이해를 구하고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도 교육감을 비롯하여 관내 기관장, 초.중학교장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가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됐지만 그 중 한두 가지가 옥에 티로 보여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 교육설명회에서도 이제는 사라져야할 과거의 일그러진 관행들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빈들의 좌석배치도 권력 서열 순으로 이뤄지고 그들의 인사소개에서 특히 지위가 높고 파워 있는 기관장을 소개할 때에는 미사여구(美辭麗句)로 가득한 찬양과 칭송의 목청이 높아졌다.

장황하게 이어지는 내빈소개로 수많은 일반 참석자들의 얼굴은 소외감과 지루함으로 비뚤어져 갔지만 주최 측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세상이 변하고 있지만 부안교육청은 아직도 권력만능의 구시대적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일반적인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가 않되는 촌극이 벌어졌는데 그것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김춘진 국회의원(고창.부안) 대신에 그 부인이 축사를 한 일이다.

국회의원과 그 부인은 사적인 영역에서는 가깝고도 서로 대신할 수 있는 관계지만 공적으로는 전혀 다른 지위에 놓여있다.

그것은 마치 대통령이 자리에 없다고 해서 영부인이 대신 어떤 국정과제를 수행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설명회를 주최한 부안교육청이 이런 공사(公私)간 구별에 대한 기본적 인식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부안은 21세기 서해안 시대를 주도해 나갈 약속의 땅이다.

그리고 동북아 중심지로 나아가는 그 길에는 그에 걸 맞는 인재가 나와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서 부안 교육은 기존의 사고를 뛰어넘는 발상의 대 전환이 요구된다.

옛 성현의 말씀에 부재기위(不在其位)불모기정(不謀其政)이라는 말이 있다.

그 내용은 그 누구든 그 지위에 있지 않은 자는 주제넘게 그 일에 관여하지 말 것을 충고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