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나온 교회발 감염… 심상찮은 기류에 정부 “방역 강화”
사망자 나온 교회발 감염… 심상찮은 기류에 정부 “방역 강화”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6.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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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 80% 교회 집단감염 영향
정부, 금명간 구체적 방역수칙 발표키로
교회발 감염 확산. (사진=연합뉴스)
교회발 감염 확산.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류가 심상찮다. 제주도 단체 여행 후 확진된 목사·교인, 교회 부흥회에 참석했다가 확진된 목사 사례가 나온 이후 연일 교회발 추가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확진자 중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경기도 부천 쿠팡물류센터발 집단감염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숨 돌리는 듯 했으나 곧바로 교회발 감염이 터지면서 정국은 다시금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된 모습이다.

이에 1일 방역당국은 교회발 확진을 막기 위해 교회소모임 등 방역을 강화하는 내용의 방역지침을 마련하고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교회발 감염이 가장 두드러진 건 지난달 28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열린 개척교회 모임에서부터 시작된 사례다. 이 모임에 참석한 인천 부평구 모 교회 목사인 A(57·여)씨가 의심증상이 발현돼 검사를 받았고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 개척교회 모임에 참석한 신도 등이 속속 추가 확진되면서 집단감염 사태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개척교회 모임에서 A씨와 접촉한 인천 연수구 선학동 거주자(52·여)가 31일 확진 판정을 받는가하면 이날은 미추홀구 8명, 부평구 6명, 연수구 1명, 중구 1명, 서구 1명, 남동구 1명 등 18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개척교회 모임을 계기로 하루 새 2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특히 확진자 대부분이 다른 교회 목사거나 목사의 가족인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이들이 교회활동을 하면서 신도 등 타인과 잦은 접촉으로 또 다른 감염을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추홀구 거주 확진자 8명 중 다수가 다른 교회 목사거나 목사의 가족이었고, 서구 거주 60대 남성 확진자도 연희동에 있는 한 교회의 목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발 감염은 인천뿐 아니라 서울역에서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씨가 다녀갔던 인천 부평구 한 교회를 찾은 서울 강서구 거주 2명(60대 여성·50대 남성)이 이날 또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지난달 27일과 28일 인천 부평구 성진교회를 방문했는데 이곳을 강서구에 거주한 신도 2명이 다녀가면서 확진된 것이다. 서울에서는 인천 교회 관련 첫 확진 사례로 방역당국은 서울에서 교회발 확진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교회 관련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인천 개척교회 모임과 별개로 앞서 경기도에서는 군포·안양지역 목회자 모임에서 총 9명이 확진된 바 있다. 안양 일심비전교회 관련 5명, 군포 은혜신일교회 2명, 새언약교회·창대한교회 각 1명이다.

이들은 12개 교회 25명이 참석한 지난달 25일~27일 제주도 모임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회에서 성경공부 형태의 목적으로 제주도 모임을 다녀온 후 집단감염된 것이다.

최근 개신교 캠퍼스 선교단체인 한국대학생선교회(CCC)와 관련해서도 서울 4명, 경기 4명 등 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 하루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35명이다. 이 중 지역감염 사례 30명 중 24명이 교회와 관련한 것이었다. 신규 확진자 80%가 교회 모임 또는 성경공부, 목회자 모임 등에 참석해 확진된 사례였던 것이다. 또 이들 상당수가 교회 활동을 하면서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전파가 더욱 쉽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인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중심으로 교회와 관련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기도 소재 교회가 연계해 진행한 원어성경연구회에 참석했다가 확진돼 사망한 사례를 볼 때 더 악화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교회 관련 확진 피해 사례를 줄이기 위해 관련 종교시설에 집단 예배는 물론 성경공부나 목회자 모임 등 소모임을 자제해 줄 것을 긴급 당부하는 한편 감염 위험이 낮아질 때까지 대면 모임을 하지 말고 비대면 모임으로 진행해 달라는 주문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교회 소모임 방역관리지침을 마련해 방역에 더욱 철저를 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소모임 내 방역관리자가 어떻게 수칙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요령을 만들어 조만간 발표한다는 게 요지다.

소모임 특성상 그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정부가 일일이 점검하고 다닐 수는 없다. 때문에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담긴 세부 지침을 만들어 소모임 방역이 보다 강화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방역관리자를 지정·운영하는 것 외 방역당국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기본 수칙의 중요성도 다시금 강조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과 3월 국내는 신천지 대구교회발 집단감염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번 교회발 집단감염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까지 확산한다면 제2 코로나 창궐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 교회발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