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코로나 불안감 가중시키는 지자체의 탁상행정
[e-런저런] 코로나 불안감 가중시키는 지자체의 탁상행정
  • 신아일보
  • 승인 2020.05.3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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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피로감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확진자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만큼 줄면서 K방역이 전세계적으로 칭송을 받기도 했지만 5월초 황금연휴에 시작된 이태원 클럽발 감염사례가 계속 늘면서 또 한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이른바 ‘n차 감염’이다. 클럽갔던 학원선생이 학생에게 옮겼고 그 학생이 갔던 노래방을 이용한 택시기사가 옮았는데 택시기사가 부업으로 돌잔치 사진기사를 하면서 만난 돌잔치 가족과 하객도 옮았으며 또 그들의 직장과 가족에게 옮겨졌다. 벌써 8차감염 의심사례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번 일로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은 말 그대로 비상에 걸렸다. 하루에도 몇통의 안전 안내문자가 날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자를 확인할 때마다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두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등교개학이 시작된 시기기에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의 노력으로 주변지역에서 미리 차단할 수 있도록 안내문자까지 온다는 점에 감사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안감이 사그라들진 않는다. 지자체의 탁상행정도 한몫한다.

이를테면 인천 계양구의 25번 환자의 동선이 공개됐을 때 일이다. 계산동 교회·병방동 마트·장기동 정육점 등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고 구청과 보건소에 문의전화를 걸자 상호명은 알려줄 수 없지만 방역을 시작하게 되면 동네사람들이 가장 먼저 알게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조금뒤 동네에 정육점들은 서로 자기네 가게가 아니라며 안내문자를 보내왔고 보건소직원의 말대로 1~2시간 뒤 공무수행 차량을 보고서야 구청에서 안내한 정육점이 정육식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정육점과 정육식당은 꽤나 다른데 말이다. 마스크를 쓰고 고기를 구입하는 정육점과는 달리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는 식당인데도 정육점으로 표기된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상호명 공개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그 가게를 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같은 시간에 어떠한 모습으로 확진자와 마주쳤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코로나로 인해 큰 피로감이 쌓였겠지만 조금 더 유연한 지자체의 행정을 기대해 본다.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