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용수 할머니의 ‘외침’과 윤미향 의원의 ‘진정성’
[데스크칼럼] 이용수 할머니의 ‘외침’과 윤미향 의원의 ‘진정성’
  • 신아일보
  • 승인 2020.05.3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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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지난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관련해 두 번째로 카메라 앞에 섰다. 약 1시간 가량 생중계된 회견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모였다. MBC TV, SBS TV, 연합뉴스TV 등 7개사가 송출한 방송은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이 할머니의 용기 있는 말과 모습에, 그리고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증언으로 많은 국민들이 먹먹한 감정을 느꼈을 터다.

윤미향 의원에 대한 이 할머니의 분노는 ‘배신’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할 정도로 매우 컸다. 정신대의 일에 왜 위안부가 이용당해야 했는가가 이날의 중심이었다.

이 할머니의 두 번째 회견은 정의연이 당초 취지를 잊고 과도하게 위안부 피해자들을 앞세워 모금 사업을 벌여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의 공식 명칭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다. 본래 활동 취지가 근로정신대 피해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다. 이후 정대협은 2015년 한·일 합의 무효화를 촉구하기 위해 2016년 만들어진 정의기억재단과 2018년에 통합돼 지금의 정의연이 됐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정의연 및 윤 의원에 대한 회계 부정 등의 의혹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기자회견을 한 동기도 그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2차 기자회견 후 이 할머니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교회나 어디를 가자고 하면 가고 했는데 왜 정신대 할머니들에 위안부 피해자를 섞어서 그리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만약에 누가 국회의원을 하라고 권유했어도 '위안부 문제는 해결해야 됩니다'(라고 윤 전 대표가 거절했어야 하는데) 정신대대책협의회가 위안부를 이용했고 (이것을) 팽개치고 자기 마음대로 국회의원을 한 것”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또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위안부입니다. 이것이 세계 여성분들께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말에서도 할머니의 상처를 읽을 수 있다. 여성들이 여성이란 이유로 어떤 사회적인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면서 위안부가 ‘여성인권’에 폐를 끼치고 있다는 이유에서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앞으로 정의연의 회계 관련 의혹 등은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회견장에 오라는 이 할머니의 요청에도 윤 의원은 찾아오지 않았다. 오해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면 그것을 풀기 위해서라도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옳다. 정치적 이유든 어떤 다른 것이든 윤 의원의 불참은 그의 진정성을 보여주기에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두문불출하던 윤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하루 전 기자회견을 했고, 임기 시작 후 본격적으로 해명에 나서며 진정성의 의심을 더욱 높이게 했다.

온라인에서는 이 할머니를 겨눈 온갖 혐오표현과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할머니의 외침은 정의연과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과 관련한 의혹과는 별개로 생각해야한다.

진정성은 어떠한 제스처나 잘 포장된 말로 전달되는 게 아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 논리 정연한 말이 아니어도 더듬거리는 말 한마디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윤미향 의원이 이용수 할머니의 처음 기자회견 이후 사과를 했지만 이 할머니는 그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고 윤 의원도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국민들도 이용수 할머니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나온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한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리고 미래 우리의 후손들이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이 할머니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