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재 산업부장
데이터 통계는 숫자가 규정하는 팩트(Fact, 사실)다. 데이터 통계는 사실이어야 하는 만큼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왜곡이 있어선 안 된다. 데이터가 왜곡되면 사실이 왜곡되는 오류에 빠지는 셈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업계서 왜곡된 시청률 조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 시청률 조사는 세계1위를 내세우고 있는 닐슨이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닐슨의 시청률 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닐슨은 케이블TV, 인터넷TV(IPTV), 스카이라이프 등을 전체 모집단(시청가구 등)으로 보고, 이 중 각 유료방송별 표본(샘플)을 추출해 피플미터(people meter)를 설치한다.
피플미터는 일정 수 가구의 TV 수상기에 전자감응장치를 달고, 채널 변환 등을 초단위로 자동 기록하는 장치다.
피플미터는 TV를 켜고 끄는 것부터 어떤 채널을 보고 있는지 자동 체크해 모든 프로그램의 주간 평균을 계산한다. 또, 시청자의 성별과 연령별, 직업별 집계도 할 수 있다.
다만, 닐슨의 표본 집단 추출방법의 객관성은 다소 결여될 여지가 크다. 닐슨은 최근까지 케이블TV와 IPTV의 모집단 대비 표본추출 비율을 달리했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말까지 닐슨이 추출한 표본 비율은 케이블TV가 42%, IPTV가 54%다. 또, 2018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는 각각 37%, 59%며, 작년 7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는 각각 33%, 63%로 크게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론, 방송사업자의 모집단과 표본의 크기는 비례하지 않았다. 마지막 시청률 조사만 해도 케이블TV와 IPTV 가입 세대수는 각각 974만9957개(49%), 943만2164개(48%)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데이터가 왜곡됐기 때문에 조사에 대한 안정성과 정확한 시청률을 바라는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물론, 전국단위 사업자인 IPTV를 이용하는 가입자에 대한 조사는 쉬운 반면, 케이블TV 이용자는 이사 등으로 지역을 바꾸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다 보니, 조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를 쌓으려면 표본 비율이 차이가 나선 안 된다.
결국 정확한 시청률 조사를 위해선 정부와 관계기관 등이 나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녹록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민간업체가 시청률을 영리 목적으로 조사하고, 판매하는 사업성 자료다 보니 개입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민간 시청률조사에 직접 관여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시청점유율을 조사하는 한국방송진흥공사가 방송사나 광고사의 의견을 수렴해 민간협의회 성격으로 시청률 검증사업을 진행한 사례가 있지만, 2001년에 시작해 2007년에 해체했고, 지금은 없다고 부연했다.
‘15초의 미학’이라고 불리는 TV 광고단가는 지금도 왜곡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유료방송시장 콘텐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별 셋톱박스에서 수집하고 있는 시청정보를 공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되겠다.
/나원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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