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1.5세 미국계 은행장‘탄생'
한인 1.5세 미국계 은행장‘탄생'
  • 박재연기자
  • 승인 2009.05.05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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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 은행 이사회 만장일치, 전명표 행장 선임
“지식의 폭 넓히고 다양한 분야 진출하는 것 필요”

고교 때 이민온 1.5세 한인이 사상 처음 미국계 은행의 은행장으로 취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전명표(52 미국명 앤드류 전,사진)은행장. 그는 최근 뉴저지 프린스턴 타운십에 본사를 둔 프린스턴 은행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이사장 겸 행장(CEO)으로 선임됐다.

프린스턴 은행은 2007년 4월 유태계를 비롯한 미국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자산 규모 2억달러 이상의 은행으로 현재 프린스턴 보로와 패닝턴, 해밀턴 등 4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프린스턴 은행은 최근의 금융위기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월가의 공룡 같은 투자은행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 상업은행들이 유례없는 위기를 겪는 지금 신생은행이 살아날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프린스턴 은행은 창립 2년을 맞은 현재 뉴저지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은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는 기존 은행들이 파생상품 등 왜곡된 구조의 폐해를 입고 있는데 비해 신생은행은 금융 건전성 등으로 되레 위기가 기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주류사회에서 2세보다 더 적응하기 어렵다는 1.5세임에도 어떤 배경과 노력을 기울였길래 미국계 은행의 수장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전 행장이 미국에 온 것은 고교 1학년 1학기를 채 마치기 전인 1973년 초여름이었다.

메릴랜드의 포토맥 고교를 졸업하고 메릴랜드대와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NCR의 마케팅 전략담당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인 AT&T를 거쳐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최고전략담당자가 되었다.

'큰 물에서 큰 것을 배우자'라는 것을 모토로 삼은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적인 자세로 새로운 경험을 쌓아 나갔다.

2000년 3월부터 3년간은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 밑에서 신규담당부서장으로 한국 근무를 하는 역이주 경험을 하기도 했다.

당시의 체험은 전 행장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소중한 기회가 됐다.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오래 살다가 한국에 들어가니까 처음에는 약간 힘든게 있었는데 역시 피는 못속이는지 금세 적응이 되더라구요. 미국에서 태어난 딸 아이(유나)한테도 너무 좋았어요. 덕분에 한국인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한글을 읽고 쓰는데도 전혀 불편이 없으니까요.” 부인 전숙영 씨로선 모처럼의 고향행이었다.

한양대 의대교수로 유전공학을 연구하던 중 미국 초빙교수로 왔다가 전 행장의 여동생을 제자로 가르친 것이 인연이 돼 결혼을 하게 됐단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자녀를 교육시킨 흔치 않은 경험을 통해 그는 한인 1.5세와 2세들이 무엇보다 지식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태인들이 많지 않은 인구에도 정치 경제 금융 교육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처럼 미주 한인들도 폭넓게 뻗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녀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올해 프린스턴 은행의 목표를 ‘안정된 수익을 창출하는 균형있는 성장’으로 꼽은 전 행장은 한인 커뮤니티 활동에도 정력적이다.

2007년부터 프린스턴 한인커뮤니티센터 건립준비위원장을 맡은 그는 “우리 민족의 응집력을 위해선 한인커뮤니티의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그간 열심히 기금을 모은 만큼 올해안에 부지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