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에 자리잡은 겨울진객 재두루미 한쌍 ‘눈길’
철원에 자리잡은 겨울진객 재두루미 한쌍 ‘눈길’
  • 최문한 기자
  • 승인 2020.05.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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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행 포기하고 사랑 나눠···알 낳아 품었으나 부화는 실패
(사진=철원군)
(사진=철원군)

강원 철원군의 겨울진객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한쌍이 고향 시베리아행을 포기하고 최전방 동송읍 양지리 철원군 DMZ두루미평화타운 두루미쉼터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철원군에 따르면 지난겨울 날개 뼈에 복합골절의 부상을 입은 재두루미 암컷이 근육과 인대손상 등으로 정상적으로 날지 못해 이곳에 머무르게 됐고 동상으로 발가락을 다친 수컷 한 마리는 치료가 됐지만 암컷과 짝을 이루기 위해 고향행을 포기했다.

그러던 중 암컷은 지난달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알을 낳아 한달여 동안 품으며 새끼를 기다렸지만 40일이 지나도 새끼는 나오지 않았다. 새끼를 낳으면 서로 남남이 되어 떠나는 여느 새들과는 달리 두루미는 자신의 짝을 지키며 평생을 지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철원군은 수컷 두루미의 이름을 ‘철원이’로 지어주었고 암컷 두루미는 ‘사랑이’로 부르며 부화를 실패한 두루미 알과 둥지를 박제로 만들어 일련의 과정을 다큐 스토리로 제작, 두루미 홍보와 교육 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사무국장은 “재두루미 포란 기간은 보통 30일에서 35일 정도인데 40일 가까이 지켜보면서 부화되기를 기다렸지만 실패했다”면서 “내년에는 철원이와 사랑이가 애틋한 사랑을 나눠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연부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신인철 철원부군수는 “두루미가 자신의 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라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이들 한 쌍의 두루미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철원/최문한 기자

asia55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