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 격화…경찰, 최루탄·물대포 쏘며 시민 200여명 체포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 격화…경찰, 최루탄·물대포 쏘며 시민 200여명 체포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5.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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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 연행…친중 단체는 “홍콩보안법 지지 228만명 서명했다”
시위참여 열기 지난해 송환법 반대 때보다 저조…경기침체 등 영향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 (사진=EPA/연합뉴스)
지난해 홍콩 도심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 (사진=EPA/연합뉴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이어 올해도 홍콩 사회가 시끄럽다. 홍콩 의회를 제쳐두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하려 한 까닭이다.

이에 시민들은 홍콩 도심에 운집해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압박했다.   

24일 오후 홍콩 번화가로 알려진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 인근에는 수천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운집해 ‘홍콩보안법’과 ‘국가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연합뉴스가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홍콩 보안법 초안이 소개됐다. 초안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및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한다’와 ‘홍콩 내에 이같은 내용을 집행할 기관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오는 27일 홍콩 입법회는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모독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법’ 안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국가법 초안이 발표 되자마자 홍콩 사회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특히 이날 모인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며 홍콩 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시민들은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라는 팻말 아래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인이여 복수하라, 홍콩 독립만이 살길이다” 등을 외쳤다. 

시민들은 완차이 까지 행진을 시도했고 일부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손에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또 시위에 참여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우산을 쓰고 거리 행진에 나서 이목을 끌었다. 우산은 지난 2014년 발생한 대규모 민주화 시위의 상징으로 ‘우산 혁명’(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우산이 막아줬다는 의미로 붙여짐)으로 불린다. 

급기야 이날 시위에서 홍콩 탐탁치 부주석(홍콩 야당)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연행되는 과정에서 시위대를 향해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라고 외쳤다. 앞서 경찰은 이날 시민들의 시위에 대비해 경찰 8000여 명을 홍콩 시내에 배치했다. 또 불법적인 시위가 열리는 즉시 “엄중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날 홍콩 경찰은 시민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코즈웨이베이에 운집하자 물대포까지 동원했다. 또 최루탄 등을 발사하면서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에 맞서 시민들은 벽돌이나 유리병 등을 던지는가 하면 우산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이에 홍콩 경찰은 시위대가 상점 유리창을 깨뜨렸고, 길가 휴지 등을 쌓아 불을 질러 경찰 4명이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홍콩변호사협회는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던 변호사가 시위대로부터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면서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맹비난했다.  

언론들은 이날 시위 지역(코즈웨이베이·완차이·침사추이)에서 경찰에 연행된 시위대가 2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홍콩 야당 측과 범민주 진영은 “홍콩 보안법이 제정된다면 홍콩 내에 중국 정보기관이 상주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반중 인사 등을 마구 체포해 연행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앞서 2003년 홍콩 정부는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50만 명 이상의 홍콩 시민이 거리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며 “국가보안법 반대, 폐지” 등을 요구하자 관련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홍콩 사회는 이번 시위 외에도 연이은 시위가 예정돼 있어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다음 달 4일은 ‘6·4 천안문 시위’ 기념집회가 예정됐고 이어 9일은 지난해 ‘6월9일 100만 시위’를 기념해 다시 집회가 열릴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7월1일에는 ‘홍콩 주권반환 기념’시위가 예정됐다. 

야당 의원인 타냐 찬(공민당)은 “홍콩 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법 위에 있는 정보기관이 탄생될 것이다. 홍콩인들은 강력하게 반대의 뜻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홍콩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이 미치며 지난해 송환법 시위보다는 열기가 덜 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특히 홍콩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8인 초과 집회나 모임 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홍콩 달러로 2만5000(한화 약 400만원)에 상응하는 벌금 및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때문에 이날 홍콩 도심에서 격렬하게 벌어진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도 지난해 6월 벌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의 수백만 인파에 비하면 훨씬 저조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는 늦은 밤까지 격렬했던 것에 반해 이번 시위는 초저녁 무렵 대부분 잠잠해졌다. 

이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홍콩에 심각한 경기 침체가 덮쳐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며 사회 안정을 바라는 시민들이 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 친중파 측은 “홍콩 보안법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많이 존재한다”라며 “입법 지지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실제로 ‘23동맹’(친중파 단체)은 홍콩 보안법 찬성 온라인 서명이 210만 명, 가두 서명이 18만 명 등 총 228만 명이 지지 서명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홍콩 정부는 성명을 통해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폭력집단의 심각한 위법행위가 벌어진 것이야 말로 ‘국가안전법’의 필요성 및 절박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