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소녀 두 명 ‘명예살인’으로 사망…사촌 총에 맞아
파키스탄 소녀 두 명 ‘명예살인’으로 사망…사촌 총에 맞아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5.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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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받는 동영상 소셜미디어에 퍼졌다는 이유로 살해
허락없는 결혼 등의 이유로 매년 1000여명 '명예살인'
파키스탄 '명예살인' 반대 시위 현장. (사진=연합뉴스)
파키스탄 '명예살인' 반대 시위 현장. (사진=연합뉴스)

‘명예살인’으로 큰 비난을 받아 온 파키스탄에서 또다시 소녀 두 명이 살해됐다.

21일 익스프레스 트리뷴과 외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서북부 와지리스탄의 한 마을에서 16세 소녀 ‘자시마 비비’와 18세 소녀 ‘사이다 비비’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놀랍게도 이들을 살해한 사람은 소녀들의 사촌이었다.

무함마드 아슬랏이라는 소녀들의 사촌은 두 소녀가 남성으로부터 키스 받는 동영상이 SNS에 퍼졌다는 이유를 들어 ‘명예살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소녀의 가족과 마을 주민들은 ‘명예살인’은 마을의 전통이라고 주장하며 경찰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샤피울라 간다푸르(현지 경찰)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희생자들은 자매지간”이라고 밝혔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약 1년 전, 두 소녀를 포함한 여학생 3명이 남성과 어울리다 키스를 받았고 이 장면이 휴대폰 영상(약 52초)으로 찍혀 촬영됐다. 

촬영된 영상은 지난주 SNS에 유포된 후 소녀들의 마을에도 알려졌고 이에 논란이 일자 남자 사촌인 무함마드 아슬랏은 “가족들의 명예를 더럽힌 죄”라며 총으로 쏴 살해하고 말았다. 

현지 경찰은 해당 동영상을 촬영한 남성과 SNS에 이 영상을 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체포했고, 사망한 소녀들의 아버지 및 삼촌 또한 증거 은닉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소녀들을 살해한 사촌은 지난 20일 경찰의 추적 끝에 체포됐다.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해마다 1000여명의 여성들이 명예살인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들을 명예살인한 이유는 부모 허락 없는 결혼, 부적절한 의상을 입은 이유 등이 꼽혔다. 

지난 2016년 파키스탄 의회는 ‘명예살인 처벌 강화법’을 통과시켜 징역 2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했지만 오랜 전통으로 묵인되며 여성들의 살해행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