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품업계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미래 달렸다
[기자수첩] 식품업계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미래 달렸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5.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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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 공시가 마무리된 가운데, 유통과 철강, 항공, 서비스 등 산업계 전반으로 코로나19발(發) 쇼크는 현실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스럽게도 CJ제일제당과 농심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간편식·라면 등 집밥 수요가 내수와 해외 모두 늘고,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겹쳐 실적 제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식음료 최대 기업인 CJ제일제당은 대한통운을 제외하더라도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4% 늘었고, 농심은 영화 ‘기생충’ 특수로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영업이익 상승률만 100%를 웃돌았다. 오리온은 국내외 제과류 소비확대로 영업이익이 25% 신장했다. 삼양식품도 히트작 ‘불닭시리즈’의 해외 주문이 쇄도하면서, 한국 라면 수출의 절반을 홀로 책임졌다.

이처럼 식품업계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내심 불안감도 갖고 있는 모습이다. 1분기의 호실적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특수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2분기 이후부터의 실적은 기업이 코로나 위기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돌파하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진면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은 1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급 실적을 올렸지만, 최근 본사 인력운영팀이 각 부서장들에게 비용 낭비와 조직 운영에 중복되는 비효율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데 협조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의 성과에 취하지 않고 경기불황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식음료 기업들도 부쩍 늘었다. 한국야쿠르트는 환자식 ‘케어푸드’ 시장에 도전하고, 매일유업은 기존의 분유 등 영유아식과 컵커피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단백질 성인영양식으로 중국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식자재·급식사업이 주력인 아워홈은 최근 건강기능식품시장에 뛰어들었고, 남양유업은 ‘구독경제’ 트렌드 확산에 맞춰 배달 이유식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했다. 

최근에 만난 한 식음료 기업 관계자는 그간 역사는 예수 탄생 전(Before Christ, B.C)와 탄생 후(After Christ, A.C)로 구분했지만, 이제는 코로나19 전후(Before Covid-19, After Covid-19)로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얘기를 했다. 비록 우스갯소리였지만, 그만큼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당장의 자리에 안주할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으로 기회를 만들지의 선택에 따라 식품업계의 미래가 달렸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