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LG화학…잇단 사고로 경영개선 지체 우려
갈길 먼 LG화학…잇단 사고로 경영개선 지체 우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5.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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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공장 가스 누출 이어 대산공단 화재로 피해자 발생
비상경영체제 재검토·새 비전으로 경영개선 추진 중 악재
구광모 LG 대표 "경영진, 사고에 무거운 책임 통감해야"
지난 7일 디지털생중계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라는 내용의 LG화학 새 비전을 선포하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지난 7일 디지털생중계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라는 내용의 LG화학 새 비전을 선포하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LG화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잇단 발생한 국내외 공장의 사고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LG화학은 지난달 비상경영체제 재검토, 지난 7일 새로운 비전 선포를 한 상황에서 사고 수습을 진행하고 있어 당분간 경영개선에 집중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LG화학에 따른 회사는 지난 19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공단 LG화학 촉매센터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지원 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2시20분쯤 LG화학 촉매센터 내 촉매포장실에선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화재는 촉매포장실에서 촉매제 관련 작업을 마친 뒤 파우더 물질이 분출하면서 자연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화학은 사고 이후 사과문을 내고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며,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 사고는 지난 7일 인도에 있는 LG화학 계열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스티렌 가스가 누출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2주가 채 되기 전에 발생했다.

지난 7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에 위치한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선 스티렌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인근 주민 12명이 숨졌다. 또, 주민 800∼1000명이 입원 치료를 받기도 하는 등 인근 마을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에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현장 지원단을 현지로 파견하는 등 사고 원인 조사, 현지 주민 지원 등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화학으로선 코로나19 여파로 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사고 수습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당분간 경영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 4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를 통해 “투자, 비용 지출 등 올해 계획들을 다시 챙겨 볼 때”라며 “변화된 상황에 맞게 비상경영체제를 재검토하자”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한 대외환경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됐다.

이어 지난 7일에는 화학을 넘어 과학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한 ‘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당시 회사의 새로운 슬로건 ‘We connect science(우리는 과학을 연결합니다)’도 처음 선보였다.

한편 구광모 LG 대표는 이날 LG화학 대산공장을 방문해 사고 현장과 수습 상황을 살피고, 신학철 부회장 등 경영진에게 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구 대표는 “최근 잇따른 안전환경 사고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환경, 품질 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라고 강조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달도 안 된 단기간 내에 연이어 안전사고가 발생한 건 이해가 잘 안 된다”며 “글로벌 화학사로 꼽히는 LG화학의 안전관리체계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사고 계기로 관련 프로세스를 강화해 재발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