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자금지원 영구적 중단하겠다” 후폭풍 예고
트럼프 “WHO 자금지원 영구적 중단하겠다” 후폭풍 예고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5.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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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로나19 팬데믹 국제공조 차질 우려
美리더십 실종…중국영향력 확대 가능성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를 겨냥해 “30일 내 실질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요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금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언급하며 후폭풍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폭탄 발언은 중국에 편향된 WHO를 압박하는 동시에 세계기구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이같은 행보는 WHO 탈퇴까지 시사하는 것으로 앞서 여러 세계기구에서 철수한 바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또 하나의 움직임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N방송은 트럼프의 WHO 자금지원 중단 언급에 대해 “다양한 국제기구 및 조약에서 탈퇴했던 트럼프의 그간 행적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며 연합뉴스가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인구 30만명 이상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해 국제적 공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에 미국 대통령이 이같은 최후통보를 발표한 것은 매우 놀랄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WHO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를 개막(화상회의)한 날 늦은 밤 트위터로 이뤄졌다. 앞서 그는 WHO의 회의 초청을 거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에 CNN은 “미국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킬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대로 실행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은 WHO 연간 예산의 15%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지원 중인 미국은 지난해 WHO에 4억달러(한화 약 4900억원) 이상을 보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8∼2019년 WHO에 8억9300만 달러를 지원했다. 2억3700만 달러는 회비이고 나머지 6억5600만 달러는 기부 형태의 지원금이다. 이처럼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WHO에 영구적으로 자금지원을 중단할 경우 WHO는 기부금의 상당액을 잃게 돼 향후 WHO 운영에 타격이 올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이 공개되자 주요 보건 기구와 구호단체들은 이같은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요 정상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날 팬데믹 극복을 위한 국제적 공조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비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WHO를 탈퇴하더라도 각국의 연쇄 탈퇴보다는 미국의 新고립주의로 이어지며 대다수 국가들의 반감에 직면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고 CNN은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WHO와 각국 회원국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자금중단’ 통첩은 국제적 차원에서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WP는 “현재 중국이 WHO에 3000만 달러 상당의 추가 기부를 약속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번 언급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중국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