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 120건…소폭 증가세
작년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 120건…소폭 증가세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5.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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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자본 M&A 활용한 '기업사냥형 거래' 늘어
부정·시세 조종 등 중복된 복합형 사건도 많아져
불공정거래 유형별 혐의통보 실적. (자료=거래소)
불공정거래 유형별 혐의통보 실적. (자료=거래소)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불공정거래 혐의사건이 12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무자본 M&A 기법을 활용한 기업사냥형 거래가 증가 추세를 보였고, 부정거래와 시세 조종 등이 복합된 불공정거래도 늘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2019년 이상거래 심리결과, 금융위원회에 120건의 불공정거래 혐의사건을 통보했다고 17일 밝혔다.

연도별 혐의통보건수는 지난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118건에 이어 지난해까지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불공정거래 혐의 건을 보면, 유형별로는 미공개정보이용이 47.5%로 가장 많았고, 부정거래(23.3%)와 시세조종(16.7%)이 뒤를 이었다. 시장별로는 코스닥(92건)과 코스피(16건), 기타(12건) 순으로 불공정거래가 많이 발생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에는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활용한 기업사냥형 불공정거래가 늘었다. 기업사냥형 불공정거래란, 조직적 세력이 대상 기업을 선정한 후 대규모 자본을 조달해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사업능력 없이 신사업을 추진해 주가를 부양한 뒤 보유지분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기업이나 재무상태가 부실하고 지배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이 주요 타깃이다. 

또한, 최근 불공정거래는 부정거래와 시세조종을 포함한 다층적인 양태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등 다수 혐의가 중복된 복합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은 60건으로 전년 대비 13.2% 늘었다. 대부분 허위·과장 정보 유포를 통한 부정거래 과정에서, 매수세를 가속화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하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혐의다. 

내부자와 준내부자가 관여된 사건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주요 불공정거래 혐의통보사건(전체 혐의통보 120건 중 현물시장 주요 불공정거래) 103건 중 상장법인의 내부자 또는 준내부자가 주요 혐의자로 적발된 사건은 77건으로 전년 대비 5.5%p 증가했다. 특히 부정거래의 경우 모든 사건에서 상장법인의 최대주주 등 내부자 또는 자금조달 계약 참여자 등 준내부자가 관여하면서, 복합혐의 사건 중 내부자 및 준내부자 관여 비중은 80%에 달했다. 

주로 코스닥기업과 한계기업에서 불공정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 혐의는 77%에 달했고, 재무상태와 지배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 비중도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불공정거래 대상 기업이 반복되는 양상도 심화됐다. 지난해 불공정거래 주요 혐의통보사건 103건 중 43건이 과거 3년간(2016년~2018년) 이미 불공정거래에 노출됐던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재무상태가 부실하고 빈번하게 외부자금에 의존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사업연속성이 미약한 기업일수록 불공정거래에 더욱 쉽게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앞으로 기업사냥형 정보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무자본 M&A를 수반한 불공정거래를 신속하게 심리하고, 코로나19 관련 테마주와 언론보도·검찰의뢰 중대사건 등 이슈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상품의 복잡화 및 불공정거래 유형의 지능·다양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 심리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가와 거래량이 급변하는 코스닥시장에서의 실적부실 종목이 불공정거래의 주된 타깃이 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재무구조와 영업실적, 거래양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관련 테마주에 대한 불공정거래 증가도 예상되고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급등하는 테마에 편승하지 않고 기업가치 및 실적분석을 통한 책임투자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홍민영 기자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