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뱅크, 제대로 된 '메기'가 될 수 있을까
[기자수첩] 카카오뱅크, 제대로 된 '메기'가 될 수 있을까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5.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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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 삶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복잡한 절차와 긴 시간이 걸렸던 일들을 단순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은행 업무도 더 편리하게 변화했다. 단순한 계좌이체는 물론 지점에 방문해야만 가능했던 계좌개설이나 대출까지도 스마트폰이 있다면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가능해졌다. 기술 변화에 힘입어 지점 없이 은행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출범했다.

이미 대기업들이 자리를 탄탄히 잡아놓은 금융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이 과연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냐는 우려와 달리 인터넷은행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인터넷은행 2호인 카카오뱅크의 성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81.3%나 증가한 185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당기순이익 금액이 큰 수준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금융권 1분기 실적이 대체로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눈여겨볼 만한 지표다.

지난 3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12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의 4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스마트폰 생활이 익숙한 2030세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적은 금액으로 적금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26주 적금'이나 계좌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해 최대 10만원까지 모을 수 있는 '저금통'까지 기존 은행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상품이 시선을 끌었다. 또 최근에는 '모임통장' 서비스로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으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 북유럽 어부들은 고민이 많았다. 바다에서 정어리를 잡아 육지에 도착하면 그사이 정어리 상당수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한 어부는 육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정어리 수조 안에 천적인 메기를 넣었다. 몇몇 정어리들은 메기의 밥이 되겠지만, 천적으로부터 살아남으려는 많은 정어리는 계속 도망치며 어부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았다.

이 일화에서 비롯된 '메기 효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해당 영역에 존재하고 있던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뜻한다.

인터넷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할 당시 경직돼 있던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켜 줄 '메기' 역할을 기대했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활동을 보면 일정 부분 그 역할을 해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터넷은행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한정된 금융시장에서 기대할 만한 변화가 크지 않고, 과도한 경쟁만 불러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는 인터넷은행은 우리 금융시장에 필요한 메기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다른 경쟁자를 자극하고, 변화를 이끌 내야 한다. 그때가 비로소 우리가 그리던 진짜 인터넷전문은행의 모습이 완성되는 순간일 것이다.

[신아일보] 강은영 기자 eykang95@daum.net

eykang9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