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사람들
[e-런저런]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사람들
  • 신아일보
  • 승인 2020.05.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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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내 주차문제로 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투신한 경비원의 소식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비원은 이중 주차된 차량을 손으로 밀며 주차 공간을 정리하다 차주로부터 코뼈가 부러지는 심한 폭행을 당했다. 평소 있던 업무 스트레스에 이날 폭행이 더해지자 경비원은 신변을 비관해 자신의 자택이자 근무지였던 그 아파트에서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먹고 살고자 어쩔 수 없이 맺어진 소위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사고라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비원과 입주자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꼭 폭행이 아니더라도 도발을 유도하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미묘한 갈등은 비일비재하다. 경비원의 비보를 들으니 들려온 한 일화가 생각난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있는 A씨는 특정 주민으로부터 지속적인 지적을 당해왔다. 에어컨을 틀고 있자 그 주민은 요즘 경비원이 에어컨도 쐬냐며 핀잔을 줬고 오가는 주민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지적했다.

비스듬히 앉아있으면 왜 비스듬히 앉아있는지, 택배를 왜 제때 주민에 건네주지 않는지, 자리를 비우면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비워놓는지, 근처에 있는 동물 사체는 왜 치우지 않는지 등 많은 지적을 해왔다.

다른 주민은 상냥했으나 유독 그 아주머니만 A씨의 태도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A씨는 입사 한 달 만에 업무에 학을 뗐고 급기야 그 주민과 언쟁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주민은 목소리를 높이는 A씨를 용납할 수 없었고 관리사무소에 가 그의 퇴사를 요구했다. 급기야 A씨는 소장으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게 됐다. 그러나 당장 갈 곳이 없었던 그는 결국 주민에 사과했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주민은 언쟁에서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아니 내가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게 아니라 아저씨가 잘못을 했잖아요”라고 말이다.

A씨가 경비원이 아니었다면 주민은 그에게 그리 잡도리를 할 수 있었을까. 차라리 직업의 귀천을 너무 따져서 나도 피곤하다고 말했다면 “솔직은 하네”라고 치부라도 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보고 들은 경비원과 주민 간 벌어진 사건은 수도 없다.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경비원과 주민과의 마찰, 더 악화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하자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