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인의 힘' 외인 대체할 수 있을까?
[기자수첩]' 개인의 힘' 외인 대체할 수 있을까?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5.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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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빠져나간 국내 증시를 개인 투자자가 대체할 수 있을까? 국내 외국인 수급비중의 적정치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으나, 일단 개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 방향성을 결정하는 한 축으로 부상한 것은 충분히 유의미한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의 적정치를 판단하긴 어렵다. 국가별 정치·외교적 상황에 따라 비중은 천차만별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은 30~35% 정도다. 유럽연합(EU)으로 엮인 유럽은 외국인 비중이 60% 이상이고, 미국도 50% 이상에 달한다. 반면, 금융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은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3% 내외에 불과하다. 

증시에서의 외국인 수급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많이 유입될 경우 주가는 더 크게 오른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신규 세력이 유입된다는 의미가 있어서다. 이로 인한 주가 상승의 혜택은 개인 투자자들이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많을 경우, 위기 시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국내 투자자들은 대체로 증시에 머물러 있는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규모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 투자자가 증시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른 점은 긍정적이다. 외국인의 일방적인 수급에 의한 주가 왜곡을 줄여, 증시 안정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과가 양호하다면, 앞으로도 이들이 시장 참여자로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변동성이 큰 고위험 자산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정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개인들의 증시 직접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의 지적에 따르면, 개인은 기본적으로 다른 투자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해 코로나19로 인한 2·3차 충격이 얼마나 클 지를 예상하기 어렵다. 실물 경기 지표의 장기적인 하락세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희망에 베팅한 개인들은 최근까지 순매수세를 이어왔으나, 2분기 이후부터 등장할 부정적 소식들은 증시 하락을 버티지 못한 개인에게 손실을 입힐 우려가 높다.

몇 번의 투자에 성공했던 개인이 자기과신에 빠져들기 쉽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최근 개인들의 순매수세가 이토록 늘어난 데는 '주식 투자로 돈 좀 벌었다'는 여러 주식 관련 커뮤니티의 게시물이 한 몫 거든 것도 있다. 최근에도 유가 변동성에 베팅해 수익을 봤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말에 홀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자산의 위험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원유 선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 고위험 상장지수상품에 대거 몰렸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도 이와 관련해 경고한 만큼, 개인이 손실을 책임지기 어려운 원유 레버리지·곱버스(곱하기+인버스) 상품 투자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 

1920년대 대공황 시절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급락한 증시에 대규모로 몰렸다. 그러나 주가 반등기에서 정보를 빨리 접한 기관 투자자들이 줄지어 매도한 탓에 2차 주가 하락기 동안 정보가 늦었던 개인들만 큰 손해를 봤다. 비록 그 시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주식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불균형성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공부하는 개인들이 아무리 늘었다고 해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거대한 정보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시기다.

[신아일보] 홍민영 기자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