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참패한 통합당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
[기자수첩] 참패한 통합당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5.11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죄송합니다' 전국 일주에 나서야 했다.

정통보수 공당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했지만 재건 방향을 두고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다.

4·15 총선 당일 황교안 당시 대표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사퇴하며 잠적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걸 막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이 국민께 믿음을 드리지 못 한 것은 본인의 불찰이라며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도부 공백 후 통합당 안팎에선 참패 원인을 찾으려는 설전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여파와 막말 파동,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실패와 더불어 황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까지 거론됐다.

과거 황 전 대표의 행동·몸짓 전반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사퇴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빗발쳤다. 참패 후 황 전 대표의 행동이 만든 부작용이었다.
황 전 대표와 통합당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려면 참패 후 전국을 돌며 '사죄'에 나서야 했다. 

총선 후 일주일가량 모든 당직자를 쉬게 하고, 조용히 마음을 다잡은 후 지역구 253석 중 당 소속 후보자가 당선된 곳이든 안 된 곳이든 2주간 전국을 돌며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며 국민에게 믿음을 심어줬어야 했다. 그랬다면 황 전 대표도 최소한 정계 재기 발판을 조금이라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름'과 '얼굴'이 정치의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황 전 대표가 떠나고 당은 보수 재건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이른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조기 전국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 실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 과정에서 단결하는 모습은 기대할 수 없었고, 갈등만 조장됐다. 내홍과 분란의 불씨 역시 여전히 살아있는 실정이다.

특히 민경욱 의원 등 일부는 '4·15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설전이 이어졌고, 이준석 최고위원은 토론회까지 실시하며 '허언 종식'에 나섰지만 의혹 제기는 여전한 실정이다. 애초 최고위원이 아닌 당대표가 나서서 강력히 경고했다면 선거부정 음모론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기 국회에서 거대 집권여당과 대적하고 협상을 주도할 원내 수장으로 5선 원로 고지를 밟은 주호영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보수가 어떤 행보로 민심 설득에 나설지, 오는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치욕의 과거를 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