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달의민족, 진정성 있는 상생 나서야
[기자수첩] 배달의민족, 진정성 있는 상생 나서야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05.10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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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에 2020년 봄은 잊을 수 없는 계절이 됐다. 새로운 요금체계를 내놨지만 ‘갑의 횡포’란 거센 비판에 항복, 10일 천하로 끝났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그간 과도한 깃발꽂기(울트라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일부 자본력이 있는 업주들이 월 8만8000원의 정액광고를 수십개 단행하고 해당 지역 시장을 독점하면서 영세한 업주들의 생계를 무너뜨렸단 지적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한 국민청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배달의민족은 이에 올해 4월 ‘오픈서비스’라는 새로운 요금체계를 선보였다. 오픈서비스는 거래가 성사된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배달의민족은 또 깃발꽂기의 개수도 3개로 제한했다. 이를 통해 배달의민족은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배달의민족은 새 요금체계가 공개된 직후부터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내놓은 가장 합리적인 요금체계”란 설명이 무색할 만큼, 사방에서 비난의 화살이 날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장고 끝에 내놓은 새 요금체계라고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률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깃발꽂기 제한에 따른 줄어들 수밖에 없는 수익을 보전하겠단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다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정률제를 적용하고 있어 별다른 반발 없이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같은 안일함은 역풍을 맞았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기업결합심사를 할 때 이 부분까지 유심히 들여다본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배달의민족을 옥좼다.

배달의민족은 새 요금체계 시행 단 10일 만에 전면백지화를 발표했으며, 5월1일 0시를 기점으로 기존 요금체계로 복원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배달의민족은 또 최근 진행된 배달앱 상생 관련 간담회에서 “앞으로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단 업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다시 출발선 앞에 선 배달의민족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한번은 실수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2~3번 반복돼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기술의 집약적인 발전과 1인 가구 중심의 구조개편 등이 맞물리며 형성된 배달앱 시장을 이끄는 리더로서 요구되는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에 따른 시스템 구축에 나서길 바란다.

기존의 요금체계의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배달앱에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는 물론 사회 모두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