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논란 더 이상 없을 것"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논란 더 이상 없을 것"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5.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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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향한 따가운 시선, 모두 제 잘못"
"치열한 글로벌 경영환경 이끌 인재 필요…자녀에 경영권 승계 안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삼성서초사옥 별관5층 다목적홀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이미지=신아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삼성서초사옥 별관5층 다목적홀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이미지=신아일보)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고,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승계를 언급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부회장의 기자회견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앞서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11일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에 경영권 승계를 비롯해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을 내용으로 한 준법의제를 전달했다.

당시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이 4월10일까지 과거 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발생한 준법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반성·사과와 함께, 앞으로 준법의무를 위반하지 않겠다고 국민에 공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자 회신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준법감시위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날 삼성은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민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그 과정서 국민 기대에 못 미치고 실망을 줬다”고 말했다.

또 “법과 윤리를 엄격히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사회와 소통·공감도 부족했다”며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고 덧붙였다. 이어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며, 저의 잘못”이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발생한 경영권 승계논란과 관련해선 “삼성에버랜드와 SDS건으로 비난을 받았고, 최근엔 승계와 관련한 뇌물혐의로 재판 진행 중이기도 하다”며 “저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리겠다”며 “이젠 경영권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위법과 편법, 윤리적 책임을 저버리는 일도 하지 않고,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자리에서 ‘성별과 학력,국적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시는 게 자신의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룰(Rule)도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전문성과 통찰력 갖춘 최고수준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조 탄압 논란과 관련해선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 그간 노조문제로 상처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더 이상 삼성에선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 준수와 노동3권 보장 △노사 간 화합 상생 도모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감시’에 대해선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낮은 자세로 한걸음 다가서겠다”며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고, 삼성의 문화로 확고히 뿌리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이 끝나도 준법감시위가 독립적이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며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됐고, 어께는 더 무거워졌다고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처에 헌신적으로 나선 국내 의료진과 시민들의 모습에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