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희생자 조문 논란 일제히 비판
통합 "성의있는 답변·경청으로 임했어야"
여권 유력 대권주자 견제 의도도 있는 듯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천 화재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조문한 뒤 야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5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과 면담했다.
면담에서 유가족들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이어지는데 어떻게 할 거냐", "이번 사고에 대한 대책을 갖고 왔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이 전 총리는 "제가 지금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며 "여러분들의 말씀을 잘 전달하고 이른 시일 내에 협의가 마무리되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한 유가족이 "오는 사람마다 매번 같은 소리"라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자기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한 유가족이 "대안을 갖고 와라. 유가족들 데리고 장난치는 거냐"라고 묻자 이 전 총리는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마음을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지 않나"라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사람들 모아놓고 뭐 하는 거냐"는 격앙된 유가족의 질문에는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그럼 가시라"는 말에 "가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조문을 마친 지 10여 분만에 면담을 끝내고 자리를 떴다.
이를 두고 야권은 6일 비판을 쏟아냈다.
황규한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만한 더불어민주당의 버릇을 잡겠다던 이 전 총리가 자신도 오만해진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직 국무총리로서 반복되는 화재사고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더라면, 유력한 대선후보로 회자되는 인물이라면,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일하게 될 국회의원이라면 적어도 유가족들에 대한 진정어린 위로와 반성, 성의 있는 답변과 경청으로 임했어야 했다"고 일갈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전 총리가 유가족과 대화한 내용을 거론하며 "이 전 총리는 맞는 말을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하셨다"며 "그런데 왜 이리 소름이 돋는가"라고 했다.
또 "이것이 문재인 정권의 직전 총리이자, 4선 국회의원, 전직 전남도지사,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인 분이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니 등골이 오싹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장 의원은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은 본다.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를 본다"고도 했다.
민생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우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낙연 당선자의 알맹이 없는 조문이유가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이라며 "이 당선자가 유가족들에게 대응한 처사는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 대변인은 "마치 국무총리 재직 시절 야당 의원과의 대정부 질의에서 촌철살인의 논리적 답변을 한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야권의 이 같은 공세는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를 견제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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