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발전 위해 금융 경쟁력 버리나…불붙은 국책은행 이전 논란
지방 발전 위해 금융 경쟁력 버리나…불붙은 국책은행 이전 논란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5.0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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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국토부 혁신도시 성과 평가 용역 결과 발표
금융공기업 내부서는 '업무 비효율·인력 유출'로 반발
서울시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사진=신아일보DB)

혁신도시와 관련한 연구 용역 결과가 오는 28일 발표되는 가운데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를 둘러싼 지방과 공공기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북이나 부산 등에서는 금융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업무 비효율만 가중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역균형개발 측면에서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6일 국토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8일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이 연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정책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한 혁신도시 미래 발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국토부가 국토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지방에서는 '알짜' 공공기관인 금융 공기업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먼저, 제3금융중심지로 거론되는 전북에서 금융 공공기관 유치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금융 공공기관을 전북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전북 전주을)과 김성주 의원(전주병) 등은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민주당 차원에서 총선 공약으로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이해찬 당 대표도 지난달 6일 부산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역과 협의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슈에 불씨를 댕겼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르면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은 단계적으로 지방 이전 대상이 되는데, 금융 공기업을 지방에 유치하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부산 연제구를 지역구로 뒀던 김해영 민주당 의원 등 19명이 공동으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시에 이전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지방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합동으로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금융 업무 특성상 비효율이 가중되는 데다, 핵심인력 유출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터 뱅크(은행 간 거래)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 국책은행만 떼어 이전한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같은 금융권 합동 업무도 많아져 은행과 증권사 등이 협력할 일이 많은데 출장으로 인한 업무 비효율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이미 서울에 있어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른 기관보다 임금이 낮아 퇴직을 선택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퇴직이)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득과 실'을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논의가 10년이 넘었는데 지역균형개발 측면에서 진짜 플러스(+)가 더 많은지는 고려해봐야 한다"며 "국민연금도 전주 이전 이후 뼈아픈 손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공공기관만 더 이전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학교나 민간기업 등을 유치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방에 둥지를 튼 금융 공공기관들은 업무 비효율화와 인력 수급 문제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한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금융위를 주로 가고 영업과 관련된 일도 서울에 많아서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 많다"며 "부산에 정착은 많이 하셨지만, 여전히 주말 부부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역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부산 지역은 그래도 대학교가 많은 편이어서 상황이 낫지만, 다른 혁신도시의 경우 대학교가 1~2개뿐인데 거기서 30%를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