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1Q 적자 4조원 현실화…코로나19·유가급락 '쇼크'
정유업계, 1Q 적자 4조원 현실화…코로나19·유가급락 '쇼크'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5.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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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실적 발표한 2곳 적자 합계 1조5705억원
원유·석유 제품 재고 가치 하락과 수요 급감 원인 꼽혀
올해 2분기도 정유사 대규모 영업적자 불가피 관측 우세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국내 정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유가 급락이란 겹악재로 올해 실적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가장 먼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S-OIL)은 영업적자 1조원대를 기록했고,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56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적자는 4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4곳 중 이미 실적을 발표한 2곳의 적자 합계는 1조5705억원에 달한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조73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손실이 5632억원을 기록했다.

정유업계 1위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오는 6일, 2위 기업인 GS칼텍스는 이달 중순 안에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적자가 1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GS칼텍스도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원유·석유 제품 재고 가치 하락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이 꼽힌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석유를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가가 폭락하며, 석유 제품 재고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며, 재고만 쌓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 3조1000억원을 모두 날릴 처지에 놓였다.

한편 이달부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이뤄지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하면서 올해 2분기 실적은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컨퍼런스콜에서 “유가 상승이 예상대로 진행하면 2분기에는 손익분기점 수준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수요 급감 상황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수익성과 연결되는 정제 마진과 수요가 회복해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 올해 2분기에도 정유업계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유업계는 상반기 저유가와 석유 수요 급감으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며 “업황과 유가가 모두 바닥을 본 만큼 석유 수급 개선과 코로나19 진정세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