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이야기 찾다가 재앙 불렀다… 도마 오른 민주당 '부실검증'
극적 이야기 찾다가 재앙 불렀다… 도마 오른 민주당 '부실검증'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4.2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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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양정숙 부실검증 사과
원종건 이어 최혜영·김남국·윤미향 당선자 여전히 논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부실 검증이 도마에 올랐다. '부동산 명의신탁' 등 의혹이 불거진 양정숙 비례대표 당선자의 후보자 검증 문제와 관련해 공식 사과에 나섰고, 비례대표 선출용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은 양 당선자를 제명 조치했다. 이들은 양 당선자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논란을 부른 양 당선자는 당 안팎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29일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양 당선인에 대한 비례대표 후보 검증 과정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양 당선자는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5번을 받은 뒤 시민당에서 15번을 받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선됐다. 정치 입문 전 인권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현안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맡아온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양 당선자가 동생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거래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단 의혹이 제기됐고,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된 '진경준 게이트' 사건에서 진경준 전 검사장 변론에 참여했단 의혹도 나왔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정수장학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민주당 가치와 어긋나는 행적도 속속 드러났다.

양 당선자는 먼저 진 전 검사장 변론 이유에 대해선 '지인이어서 공동 변호인단에 이름만 올려주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양 당선자는 1차 변론에도 직접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수장학회 부회장 경력에 대해선 '자신은 몰랐으며 타인이 명의를 대신 올렸다'는 입장이다.

시민당은 4·15 총선 전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묵과하다가 논란이 커지자 28일 뒤늦게 양 당선자를 제명하고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총선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양 당선자에게 사퇴를 권고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게 시민당 설명이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의 검증에 대해선 '네 탓'으로 일관했다. 

시민당은 민주당에서 옮겨온 후보라 민주당이 검증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양 당선자의 재산 형성 과정은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송 대변인은 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비례대표 후보들이 시민당으로 옮겨간 다음 언론 보도가 나왔다"며 "첫 보도 이후 시민당 차원에서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 저희 당도 그 전까진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고 회피했다. 또 "두 차례 정도 총선 전 상황에서 (양 당선인에게) 사퇴 권고를 시민당에서 자체적으로 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송 대변인은 그러면서 "비례대표 검증 과정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다소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와 같은 문제는 더이상 되풀이 돼선 안 된다. 다음부터라도 비례대표 후보 검증에서도 굉장히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충분한 시간으로 대처하겠다는 내부 자성을 하고 있다"고 부각했다.

양 당선자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당선인 신분을 유지해 21대 국회의원에 입성한다. 시민당의 고발 조치로 의원직을 상실하면 비례대표 의석은 시민당 비례대표 순번 18번 이경수 전 ITER 국제기구 부총장이 승계하지만, 이 또한 법정 다툼에 시간이 걸린다.

더불어시민당 최혜영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경기 안산 단원을) 당선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제21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시민당 최혜영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경기 안산 단원을) 당선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제21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부실검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가 여자친구 성폭행 논란이 불거지자 하루 만에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하고 총선 불출마를 밝혔다. 원씨는 시·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많은 시청자의 동정을 샀다. 이해찬 당대표는 영입인사 1호 최혜영 강동대학교 교수는 '희망'이고, 원씨는 '미래'라고까지 극찬한 바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민주당에선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앞으로 인재영입, 공천 후보자, 출마 대상자 등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 만약 있으면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후보자·당선자 비위 의혹은 연이어 터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에는 현재 시민당 비례대표 11번으로 차기 국회 입성 예정인 최혜영 당선자의 '기초생활비 부정수급' 논란이 확산했다. 중증장애인 최 당선자는 장애인 럭비선수 출신인 정낙현 씨와 2011년 혼인했으나, 지난해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8년간 기초생활비를 받았다.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은 후 경기 안산단원을 지역에서 당선된 김남국 당선자는 여성 비하와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유료 팟캐스트(방송)에 출연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상황이다.

비례대표 7번으로 당선된 윤미향 당선자도 도마에 올랐다. 평소 시민단체 활동으로 반미·반일 운동에 앞장 선 윤 당선자의 자녀가 미국 명문대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행보와 배치되는 점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야권과 여론은 민주당이 극적 이야기를 갖고 있는 인재만 쫓다가 인재(人災)를 불렀단 시선을 보내고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