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서 소강까지 100일… 韓, '코로나 모범국' 우뚝
폭증서 소강까지 100일… 韓, '코로나 모범국' 우뚝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4.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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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위험국' 오명… 의료진·국민의식 등 전환점
전 세계서 'K방역' 뜬다… 정부 "아직 긴장해야"
국내 코로나19 발생 100일째를 맞은 28일 중랑구 서울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업무 중 취재진을 향해 브이를 그려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발생 100일째를 맞은 28일 중랑구 서울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업무 중 취재진을 향해 브이를 그려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유입된 지 100일이 지났다. 한때 한국을 거세게 뒤흔들던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감염 우려국' 오명을 썼던 한국은 정부의 촘촘한 방역과 의료진의 헌신, 높은 시민의식 등을 기반으로 사태 발생 두 달여 만에 '방역모범국'으로 거듭났다.

정부는 한국 모델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철저한 방역에 신경써줄 것을 당부했다.

◇ '슈퍼전파'에 휘청한 방역… "韓은 위험한 나라" 오명 

국내 코로나19 시작은 1월 20일이다. 당시 중국에서 온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나오자 정부는 곧바로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로 상향하며 대비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어 1주일 뒤인 1월 27일에는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높이고, 중앙사고수습본부도 설치했다.

신속한 방역은 '슈퍼전파'로 무너졌다. 2월 18일 첫 슈퍼전파 사례인 31번째 환자가 보고된 이후 대구·경북 지역과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여기에 청도대남병원 등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월 29일에는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가 813명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방역에 나섰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도 연기했다.

하지만 두 달여 전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과 함께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히면서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았다.

◇ 전환점 된 의료진 헌신과 시민의식… 안정세 진입

사태의 전환점은 의료진과 행정인력,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만들었다. 사태 초기부터 수천명의 의료진 등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전 국가적 어려운 시기에 신종 감염병에 감염될 위험을 무릅쓴 의료진들의 희생은 한국 방역망의 가장 큰 엔진으로 작용했다.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도 큰 힘이 됐다. 국민들은 정부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외에 지자체별 맞충형 대책과 선진 의료체계,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기술력 등이 더해지면서 사태는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갔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검사조치와 조기 진단을 통해 환자를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철저하게 치료·격리함으로써 확산을 막는 방역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국내 신규 환자는 1일 10명 내외로 관리되고 있다. 정부는 모두의 노력이 모여 위기를 넘어 안정적인 상황에 이르렀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 전 세계서 인정받는 'K방역'… 글로벌 표준 부상

우리나라의 방역 성과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고유 방역 시스템인 'K방역'은 전 세계에 수출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미국 CNN, 영국 BBC, 독일 슈피겔 등 각 국가를 대표하는 외신들은 한국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전수 검사 방식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한스 클루게 유럽담당 이사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감염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모범적인 사례로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를 꼽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싱가포르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로 접어들었고, 중국은 봉쇄령을 시행했던 만큼 K방역이 글로벌 표준으로 부상했다.

지난 22일 기준 40여개국에서 한국의 방역 경험, 검역이나 진단검사, 자가격리 관리, 치료 지침 등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정부는 방역에 대한 외국의 협력 요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근 국제협력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 정부 "여전히 감염 진행중… 경계 늦추지 말아야"

톡톡한 성과의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정부는 방역에 대한 긴장을 유지할 방침이다. 큰 불이 잡힌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든지 대규모 추가 감염이 일어날 수 있어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100일째 브리핑에서 그간의 방역 과정과 성과를 제시하면서 철저한 경계를 당부했다.

윤 반장은 "그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현재의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기까지 국민, 의료진, 지자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참여가 매우 중요했다는 데 대해서 모두가 공감했다"고 말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방역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1~2년의 기간 동안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월5일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고 있으므로 가급적 모임, 행사, 여행 등은 자제하고, 야외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전후 친목모임이나 회식 등은 삼가 주실 것을 거듭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