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첫 공식조사…피해자들 “지옥 같았다”
형제복지원 사건 첫 공식조사…피해자들 “지옥 같았다”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0.04.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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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조사 용역 최종 보고서‘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사건에 대한 첫 공식조사 결과가 나왔다.

27일 부산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조사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의 피해자들은 동료 수용자들이 폭행으로 사망‧자살하는 것을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피해자들은 시신처리 과정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한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에서 1987년까지 이곳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사건이다. 복지원 운영자들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 아래 장애인,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하는 것은 물론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을 저질렀다.

이들의 만행은 1987년 3월 탈출을 시도한 원생 1명이 직원의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해 7월 동아대학교 산학협력단 남찬섭 교수 책임 하에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조사 용역'을 진행했으며, 지난 24일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는 피해자 1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21명에 대한 심층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형제복지원을 도망갔다가 잡히면 맞아 죽는 곳으로 기억하며 살인, 암매장 등이 자행됐다고 답변했다.

피해자 A씨는 "몇 명은 산에 묻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방에 묻고 그 위에 시멘트와 흙을 덮었다"면서 "돌을 들다가 힘이 없어 깔려 죽은 사람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부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가 3년간 수용 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면접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 역시 증언은 비슷했다. B씨는 "(시신을) 가마에 똘똘 말아 창고에 쌓아 둔 모습을 봤다"며 "나도 저렇게 되는 게 아닌가 두려웠다"고 말했다.

C 씨는 “지옥 같은 형제복지원에서 나가고 싶어 3차례 탈출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면서 "(탈출 시도로) 심한 폭행을 당했고 수시로 성폭행도 당했다“고 회상했다.

C씨는 중학생 때 부산으로 여행 갔다가 통행금지에 걸려 형제복지원에서 5년의 수용생활을 한 후, 부모님이 호적을 만들어 찾으러 오면서 복지원을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부산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한 박민성 시의원은 "피해자 진술과 각종 자료를 토대로 형제복지원 진상을 밝히는 과거사법을 제정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1987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1989년 7월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 원장은 건축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의 형을 받았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