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몽준, 재보선 행보 대조적
박근혜·정몽준, 재보선 행보 대조적
  • 장덕중기자
  • 승인 2009.04.26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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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하지 않을것 천명 VS 영남권 지원유세 공들여
공성진 “경주, 박근혜 위한다면 정종복 뽑아줘야”

4.29 재보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선거에 일체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이미 천명했고, 대신 정 최고위원이 울산 북구를 비롯한 영남권 선거구에서 지원 유세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행보는 선거 운동이 막바지에 달한 지난 주말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5일 대구를 찾았다.

지역구에서 열리는 '비슬산 참꽃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박 전 대표가 경주 재보선에 출마한 친박 성향 정수성 예비후보를 간접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선거를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서 인접 지역인 대구를 방문하는 것은 정치적 상징성이 그만큼 크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정수성 후보는 물론 이번 재보선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흐드러지게 핀 참꽃을 보며 일상의 힘든 일들을 털어버리고 새 출발을 했으면 좋겠다"는 축사만 남기고 행사를 마친 뒤 서둘러 상경했다.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이번 지역구 방문은 지역구 행사 참석 목적 외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정수성 후보와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의중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경주 재보선에서 정수성 후보가 패하더라도 정치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수성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고, 박 전 대표 스스로 적극적인 지원 활동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수성 후보가 이긴다면 친박계로서는 당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정몽준 최고위원은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적극적인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이날도 정 최고위원은 자신과 인연이 깊은 울산 북구를 찾아 박대동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최고위원은 "미국의 어느 한 가정에 푯말이 있었는데 거기에 '하나님 우리 동네에 기아자동차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글귀가 있었다"며 "박대동 후보는 울산 북구에 굴러들어온 기아자동차"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지역에서 쉽지 않은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그만큼 한나라당으로서는 울산에서 내리 5선 의원을 지낸 정 최고위원의 역할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최고위원의 '지원사격'으로 한나라당이 '진보 바람' 잠재우기에 성공한다면 정 최고위원의 당내 입지도 높아질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4.29재보선과 관련, 경주 주민들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해서는 오히려 한나라당 후보를 뽑아줘야 한다고 정종복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공 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친이명박계 정종복 후보와 친박근혜계 성향의 무소속 후보인 정수성 후보가 초박빙 접전 중인 경주 지역에 대해 "경주 시민이 현명하다면 여당 후보를 선출해 주는 것이 오히려 박 전 대표의 향후 당에서의 지위나 국민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더 강화하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공 위원은 또 최근 박 전 대표의 연례행사 참석을 위한 대구행에 대해 "경주 시민들이 박 전 대표가 연례 행사에 참여했다고 쉽게 정치적으로 선전·선동될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가 오히려 선거때문에 안 내려갔다면 그것이 오히려 정치 행위다.

당연히 잘 내려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주의 경우,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의 대결 구도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주 시민들은 김영삼 정권 때의 경마장 유치 실패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의 태권도 공원 유치 실패, 최근 기피시설인 방사선폐기물처리장 설립 등에 대해 엄청난 박탈감과 위화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유로 지난 선거에서 집권여당 후보가 반사 손해를 봤지만 이번에는 집권여당 후보가 되는 것이 불신을 극복하고 지역발전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이성적 접근이 도처에서 확인된다"며 경주 지역의 승리를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