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험성 향해 가는 개미들...방심은 '금물'
[기자수첩] 위험성 향해 가는 개미들...방심은 '금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4.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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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지만, 한국 증시는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각국의 메가톤급 부양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글로벌 증시도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코스피와 코스닥의 반등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현상의 바탕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깔려 있다.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난 1월20일 이후 이달 24일까지 개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27조275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23조1610억원, 기관이 5조88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상황에서 개미들이 증시를 떠받친 셈이다.

그러나 개미들의 힘이 언제까지 시장을 지탱할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위축 영향으로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는 전 분기 대비 –1.4% 역성장했다. 11년 3개월 새 최저 성장률이다. 현재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제한 조치가 계속된다면 2분기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전액 손실 위험' 경고등이 켜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으로도 몰려가고 있다. 특히나 기초 자산의 변동폭을 2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나 인버스2X(곱버스) 투자에 가담하고 있는 투자자가 폭증해, 극히 투기적인 거래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레버리지 원유 ETN의 경우 2개 종목이 괴리율(지표가치와 시장가격 차이) 과다를 이유로 거래가 정지됐음에도 지난주에만 3435억원의 거래대금이 발생했다. '곱버스' 3개 종목의 지난주 거래대금도 무려 1조7799억원에 달했다. 반면 지수대로(1배) 추종하는 원유 선물 ETN 4개 종목의 지난주 거래대금은 251억원에 그쳤다.

레버리지 상품은 원유 선물 수익률을 2배수로 추종한다. 원유 선물 가격이 상승하면 레버리지 가격은 2배로 상승하며, 반대로 원유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2배 하락한다. 곱버스는 레버리지와 정반대로, 원유 선물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을 보는 구조다. WTI 선물 가격의 변동성이 극단으로 커진 현재,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투자 상품의 전액 손실 위험도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지난 23일 WTI ETN,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최고수준의 '위험' 등급 소비자경보를 또 한 번 발령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증시에 스마트 머니가 아닌, 투기성 자금들이 유입됐다고 생각한다"며 "레버리지, 인버스 투자와 같은 자금은 단기 트레이딩 목적의 투기성 자금으로 이는 한동안 상승의 근거로만 받아들여지던 개인 자금의 성격이, 이제는 변동성 확대의 근거도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러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진 현재는 초저금리 시대에서 가계자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 시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가올 경제상황이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안개가 짙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고,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다. 초고위험 상품들로 옮겨가고 있는 개인들의 투자흐름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이유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