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코로나19 위기 42조원 감당…정부 지원 촉구
車업계, 코로나19 위기 42조원 감당…정부 지원 촉구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4.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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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1일 간담회서 산업부에 건의…"은행 통한 유동성 공급 32조원 필요"
공영운 현대차 사장 "미국·유럽서 사태 풀려도 상당 기간 수출 어려울 것"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자동차업계 간담회’. (사진=이성은 기자)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자동차업계 간담회’. (사진=이성은 기자)

자동차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42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32조원의 유동성 공급 지원을 건의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와 부품업체, 자동차 관련 협회 등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간담회에서 업계의 상황을 전하며 이같이 건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개최됐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자동차 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3∼4개월 동안 42조원의 자금 규모를 감당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수출과 공장 운영 등을 위한 단기차입금은 약 17조원이며, 3∼4개월간 필요한 인건비 등 고정비는 25조원에 달한다.

정 회장은 “이 중 10조원가량은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지만, 나머지 32조원은 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재무상태가 열악한 협력업체들이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호소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겪는 협력업체는 은행에서 대출을 위해 따지는 담보나 신용도로 대출을 받기 어려워 회사태나 어음 할인이 안 돼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신용등급이 BB 아래인 기업에는 대출을 안 해주고 있는데, 자동차업체 60% 이상이 BB 밑이어서 신용대출이 어려운 상태”라며 “지금은 위기 상황인 만큼 신용등급이 B라도 대출이나 회사채 매입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는 개별소비세, 취득세, 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하거나 유예해 달라는 건의와 환경규제 완화,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등의 요구도 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업계가 요구하는 유동성 지원은 현금을 퍼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대출 연장 등을 통해 급하게 필요한 자금을 융통해 달라는 것”이라며 “재난기본수당 같은 직접 지원과 구분되는 것이니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 회복에 대한 전망도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풀려도 상당 기간 수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 사장은 현재 수출 상황에 대해 “지금도 좋은 편은 아니고, 앞으로도 그렇다”며 “현재도 수출이 많이 줄고 있고, 해외 법인들이 재고도 많이 가진 상태”라고 말했다.

송호성 기아차 사장은 “인도산 부품 공급 차질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의 5월 국내 생산이 어렵다”며 “인도 중앙·지방 정부 측에 글로벌 소싱 관련 공장이라도 가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달라”고 건의했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긴급자금 지원이 확보됐고, 산업은행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최남호 산업부 국장은 “애로를 한 번에 해결하긴 어렵지만,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여러 협력을 통해 다양한 재원을 마련하고,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전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