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적자 국채 '책임 떠넘기기'에 속 터지는 국민
[기자수첩] 적자 국채 '책임 떠넘기기'에 속 터지는 국민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4.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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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지급 대상을 결정하지 못해 한 달째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정부는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당에서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은 1478만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하게 되며, 총 9조7000억원의 세금이 든다. 이중 2조1000억원은 지방 재원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7조6000억원이 정부의 세출 비용이다.

정부는 적자 국채 발행을 막기 위해 국방비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삭감해 7조6000억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한 '폭탄 떠넘기기'가 시작됐다.

1인당 5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던 미래통합당은 총선 참패 후 적자 국채 발행은 없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당정 간 이견부터 해소해서 가져오면 다 수용하겠다"며 어물쩡 책임 소재를 회피하고 있다.

정부도 협상 테이블에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기재부는 일회성 지원에 적자 국채까지 발행하는 부담을 안고 전 국민 지급을 강행하는 것은 어렵다며 반대하는 상황이지만, 청와대는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며 여·야간 입장 차이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야당과 정부의 '선합의' 입장이 반복되면서 여당은 나홀로 '전 국민 지급' 버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안이 국회에 상정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나면서 정작 지원 대상인 국민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긴급성'에 초점을 맞춰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의 공론이었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도 빠르게 예산을 마련해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여전히 실무적 논의 단계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여당과 야당, 여당과 정부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데는 적자 국채 발행의 책임소재를 회피하려는 무책임함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추경안 심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20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에 상정된 다른 현안들도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탁상공론' 수준에 머물면서 '긴급지원'이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여·야·정 모두 총선공약에 연연하지 말고, 빠른 합의로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필요한 사용처를 변경해가며 귀한 재원을 나눠주면서, 주고도 욕먹는 상황은 자초하지 않길 바란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