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튼 두산重…수은, 외화 채권 대출 전환
숨통 튼 두산重…수은, 외화 채권 대출 전환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4.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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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서 올해 만기 차입금 상환 수월해져
4조2800억원 규모 차입금으로 위기 지속 관측
 

수출입은행은 21일 두산중공업 외화 채권을 대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경영 위기에 몰린 두산중공업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가 4조2800억원인 만큼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입은행은 이날 열린 확대여신위원회에서 두산중공업의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 외화 채권 대출 전환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출은 원화대출로, 대출기간은 1년 이내(단기)며, 대출금액은 5868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에 대한 상환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우선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한 긴급 운영자금 1조원의 일부와 자체 자금으로 상반기 총 1조원의 차입금을 갚을 계획이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오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채권을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수출입은행에 요청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해왔다. 두산중공업이 갚지 못하면 지급 보증을 한 수출입은행이 대신 갚아야하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대출 전환 조건으로 유동성 확보 등 강도 높은 자구안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13일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자구안에는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의 알짜 자회사 두산솔루스의 매각과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 삭감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두산(17%)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44%)의 지분을 합한 두산솔루스에 대한 지분 61%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두산그룹이 원하는 두산솔루스 매각가는 약 8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유상증자 형태로 두산중공업에 지원할 수 있어 매각 성사가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수출입은행의 외화 채권 대출과 두산솔루스 매각 노력에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4조2800억원 규모다. 구체적으로 회사채 1조2500억원, 국책은행 대출 1조1000억원, 시중은행 7800억원, 외국계은행 3600억원,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 7000억원 등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다음 달 최대 상환 요청 규모가 4000억원 수준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에 자체 보유한 자산과 현금을 쓸 계획이다.

하지만, 1조원 이상의 은행 대출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외국계은행의 경우 과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 회수에 나섰던 사례가 있어 대출 만기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산은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대한 실사를 통해 실행 가능성과 채권단 지원자금의 상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국책은행 지원 자금이 정상적으로 회수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