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치신인' 황교안의 대권 꿈… 정계복귀 가능할까
[이슈분석] '정치신인' 황교안의 대권 꿈… 정계복귀 가능할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4.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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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겠다"… 황교안, 21대 총선 개표 끝나기도 전 사퇴
정계 재기 어렵단 평가… 정치 특성상 가능성은 열려있어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이 뭔지 성찰하겠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지난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가 끝나기도 전 황 전 대표는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제1야당 수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난해 정치신인에서 단숨에 보수권 내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까지 올랐던 황 전 대표의 사퇴와 지도부의 몰락으로 통합당은 현재 자중지란에 빠졌다.

황 전 대표는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통과를 막기 위해 단식·삭발을 동반한 장외투쟁까지 벌였지만, 이번 총선 대패로 지도력을 근본에서부터 의심받으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도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여론은 황 전 대표의 정계 재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황 전 대표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황 전 대표가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붙었던 서울 종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꼽힌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심판'에 예민한 곳이다.

과거 대선주자와 유력 정치인이 거쳐간 이곳은 대통령만 3명(윤보선·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했다. 종로는 당선되면 대권 가도가 순탄하지만, 낙선하면 정치 인생이 끝나거나 후퇴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손학규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는 지난 2008년 종로에서 낙선한 뒤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의 시간을 가졌다. 2016년 종로 쟁탈전에서 패배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전보다 당내 입지가 좁아진 바 있다. 대권 유력 주자를 잃기 때문에 그 정당 또한 심판을 피할 순 없다.

황 전 대표를 더욱 압박하는 현실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다. 종로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집권여당 출신이 단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던 곳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치러진 16대 총선에선 정인봉 한나라당 후보가, 노무현 정부에서 치러진 17·18대 총선에선 박진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바 있다. 

보수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에서 치러진 19대 총선에선 정세균 후보가 박근혜 정부에서 치러진 20대 총선까지 내리 당선됐다. 집권여당 후보가 종로를 석권한 건 16년 만이다. 더욱이 진보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유력한 이낙연 당선인은 종로에서 압도적 표차로 이기면서 대권가도를 공고히했다.

게다가 보수권 안에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통합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홍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대권에 도전하겠단 뜻을 밝히기도 한 상태다. 홍 전 대표는 특히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공천배제)' 과정에서 황 전 대표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총선 패배 역시 책임을 황 전 대표에게로 돌리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 역시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황 전 대표 복귀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본다. 그 리더십과 정책 때문에 졌는데, 통합당에서 용납하겠느냐"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도 황 전 대표의 대권 도전에 발목을 잡는다.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황 전 대표가 대권에 나가는 것은 촛불을 든 민심에 대항하는 성격으로 비칠 수도 있다.

특히 보수 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라디오에 출연해 "황 전 대표는 관료로서의 티를 벗지 못했다"며 "관료 티가 그대로 묻어난다. (황 전 대표가) 당대표실에서 나와서 걷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 거드림이 몸에 배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정부에 어떻든 적폐라고 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으니 그게 꽤 부담이 됐다"며 "친박-비박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전망하는 황 전 대표 정계 복귀 확률은 적은 듯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급박히 돌아가고, 하루가 다르게 정국이 바뀐다는 정치 특성상 황 전 대표 제기는 언제든 열려있다. 특히 통합당이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지만, 황 전 대표는 보수 진영 간판으로 내걸렸기 때문에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장제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진영에 인물이 많이 없다. 제1야당 대표 경험이라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자산"이라며 "단 한 분이라도 소중하게 아끼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 전 대표가 엄청난 실패와 책임을 딛고 더 큰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 전 대표는 지난 15일 이후 눈에 띌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은둔하고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