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출석도 힘든 초등 저학년… '부모 개학' 현실화
혼자선 출석도 힘든 초등 저학년… '부모 개학' 현실화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4.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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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접속-출석-과제 도움… 한부모·다문화 '한숨'
'접속 장애'도 여전히 혼란… "온라인 개학 한계 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열린 온라인 입학식에서 선생님이 카메라를 통해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열린 온라인 입학식에서 선생님이 카메라를 통해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 출석 체크부터 학습, 과제까지 부모가 옆에서 모두 도와줘야 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학인건가요?."

20일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전국의 초·중·고 학생 540만명이 모두 온라인으로나마 학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1~2학년은 스마트기기 없이 교육방송(EBS)을 보고 학습지를 풀며 수업을 받았다. 3학년은 4학년 이상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원격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개학 첫날부터 사실상 '학부모 개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학생출결이나 학습순서 등을 하는 과정이 도저히 초등 1~2학년생이 혼자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던 탓이다.

이에 초등 저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직 스마트 기기에 익숙지 않은 아이를 대신에 이른 아침부터 온라인 접속부터 과제물까지 일일이 챙기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했다.

목포시 연산동에 사는 양모(41)씨는 "아침에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면서 "내가 해도 접속도 잘 안되고, 동영상 재생도 불안정한데 이걸 어떻게 어린 아이가 혼자서 하라고 맡기라는 거냐"고 한탄했다.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다문화 가정 등 부모들의 고충은 더욱 컸다. 맘카페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뒀다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아이의 수업을 도와줄 수 있는 부모가 나 혼자여서 연차를 냈다"면서 "아이 혼자서 수업은 힘들 것 같은데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원격교육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LMS) 접속 장애까지 또 다시 발생하면서 혼란을 가중했다.

시스템 자체가 먹통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로그인 지연 현상이나 온라인 수업 중 동영상이 끊기는 등의 현상이 발생했다.

학습 플랫폼과 별도로 가정통신문, 알림장 등을 받아보는 '학교종이' 앱도 일부 학부모들이 접속을 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일선 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서는 접속 장애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아에 수업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 학생은 원래 수강하기로 했던 EBS 수업 대신 유튜브로 학교 역사를 안내하는 대체 동영상을 봐야 했다.

경기 군포시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측에서도 수업 결손을 최소화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온라인 개학의 특성상 보호자의 역할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저학년 학생의 경우 온라인 개학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