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투톱이 말하는 '책임'… "강물이 바다서 모이는 건 낮기 때문"
與 투톱이 말하는 '책임'… "강물이 바다서 모이는 건 낮기 때문"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4.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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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열린우리당 아픔 반성해야… 겸허하라"
이낙연 "국민 책임 이행… 오만·미숙·혼란 금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 더불어시민당 최배근 공동대표 등이 17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 더불어시민당 최배근 공동대표 등이 17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80석(더불어시민당 포함)이란 거대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당내 '투 톱(이중체제)'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은 일제히 '책임'을 강조했다.

먼저 이 대표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실시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그것을 반성해 우리에게 맡겨진 소임을 깊이 생각하며 국회와 정당을 잘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신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있었던 탄핵 사태 중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추진했다가 여야 관계 악화와 당내 계파 갈등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했다. 이후 18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전신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계열의 친박연대가 18석을 가져가면서 진보권은 국민 심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국민이 주신 의석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며 "이 사실을 결코 잊지 말고,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살피고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해단식에는 시민당도 참여했다. 이 대표는 시민당을 향해 "소수정파·시민사회는 약속대로 본인의 뜻에 따라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연합정당에 참여한 소수정당에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등원 전까지는 연합정당 소속이므로 민주당과 다른 당선자의 입장을 고려해 말씀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지적은 우희종 시민당 공동대표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촛불시민은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며 "보안법을 철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밝힌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민주당·시민당은 기대 이상으로 국민에게 성원을 받았다"며 "국민의 큰 성원에 깊이 감사하며, 동시에 양당은 그 성원 보답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선 "국난의 완전한 극복과 경제 위기의 조기 안정이 급선무"라며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하는 등 선거기간 국민에게 드린 약속도 최대한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단식에 자리한 이 위원장은 국정 과제와 관련 "국민께선 저희에게 기대 이상의 의석을 주시면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도 안겨주셨다.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이 주신 책임을 이행하려면 국민의 뜻을 모으고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고 전했다. 거대 의석 확보를 두고 일각에서 '여당 독주' 우려가 나온 것에 대해 '협치'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은 "그런 일의 시작은 겸손에 있다"며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조기 퇴치 △경제 회복 △국정 과제 이행 △민주당의 태도 등 네 가지를 부각했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 퇴치에 관한 한 민주당은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오늘 고용지표는 어쩌면 깊은 고통의 서막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생과 기업의 현장, 세계 경제의 동향을 늘 직시하며 정부와 협의하고 때로는 제안하고 때로는 정부의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이날 3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는데, 지난달 취업자는 266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위기가 본격적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국정 과제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성과를 내도록 차분하고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전방위적 경제 위축에 놓여 있단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현실을 감안하면서 속도와 방향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태도'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가 열린우리당 시절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아픈 경험을 말해줬다. 그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조금이라도 오만·미숙·성급함·혼란을 드러내면 안 된다. 항상 안정되고, 신뢰감과 균형감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