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온라인 개학’ 딴짓하는 학생들… 학부모 "사실상 '부모 개학'"
‘2차 온라인 개학’ 딴짓하는 학생들… 학부모 "사실상 '부모 개학'"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4.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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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용산초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 용산초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차 온라인 개학으로 전국 초·중·고등학생 400만명이 원격수업에 나선 가운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이 두드러지면서 교육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부모 개학”이라는 웃지 못할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과부하로 오류가 생기는 일도 눈에 띄어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에는 고 1·2학년 90만4000여명, 중 1·2학년 89만8000여명, 초 4~6학년 142면3000여명 등 약 400만명이 온라인 개학으로 원격수업에 들어갔다. 

지난 9일 중 3·고 3학년 등 85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차 온라인 개학에 이은 두 번째 개학이다. 이날 2차 온라인 개학은 1차 온라인 개학 때보다 약 4.6배 많은 인원이 원격수업을 듣게 됐다. 

1차 온라인 개학 때는 오전 수업 중 1시간15분가량 접속이 지연되는 등 불편이 발생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날 2차 온라인 개학에서는 접속 오류와 함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면서 학부모들의 수고가 커졌다는 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차 온라인 개학 때와 달리 이번에는 초등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맞게 되면서 중·고등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수업에 집중하는 빈도가 떨어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접속 장애까지 발생하자 이를 수습하느라 학부모들은 학생보다 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게 됐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처음 보는 담임선생님과 온라인으로 인사하는 도중 접속 장애가 발생해 옆에 있던 할머니가 “소리가 잠겼네”라고 하는 말이 생중계되는 일이 벌어졌다. 접속 장애가 쉽게 해결되지 않아 해당 교사는 쉬는 시간에도 할머니와 통화하며 스피커를 켜는 방법을 안내해야 했다.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헤드셋을 벗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수업 중 걸려온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학생도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은 수업 중 하품 소리가 생중계돼 옆에 있던 학부모가 “선생님, 죄송해요”라며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학생은 딴짓하고 학부모는 이를 만류하는 이른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앞서 중 3·고 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했을 때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초등학생은 보호자가 옆에 붙어있어야 원격수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데 따라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부모 개학’, ‘조부모 개학’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한 시간가량 수업을 집중해서 임할 수 있는지 고민에 빠졌다. 네티켓(온라인상 예의)을 지켜야 하는 것을 강조하는가 하면 학생들의 집중력 향상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에 만들어진 강의 영상을 보거나 함께 동영상을 제작해 보는 등이 그것이다. 

학생이 집중력을 잃은 것처럼 보일 때마다 질문을 던져 집중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쓰고 있다. 

이 외 여전히 불안한 온라인 접속 환경도 걱정거리다. 1차 온라인 개학에서도 오전 한때 접속이 지연된 바 있다. 이날도 전국 곳곳에서 원격교육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e학습터·EBS 온라인클래스) 접속이 지연돼 수업에 참여하는 교사, 학생 모두 애를 먹었다. 400만명가량이 동시에 접속하다 보니 과부하 돼 네트워크상 오류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제시간에 맞춰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 수 없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사, 학생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교사는 접속 못 하는 학생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출결을 확인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앞서 이날 동시 접속자가 이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접속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버 과부하에 따른 접속 지연 문제는 1차 온라인 개학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학생·교사·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은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연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태다. 

오는 20일에는 초 1~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온라인 개학이 진행된다.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맞는 학년 중에서는 가장 낮은 학년이 개학하게 되는 것이다.  이날 학생 수업 집중력 저하·서버 접속 오류 등 문제에 직면한 교육 당국이 초 1~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온라인 개학에서는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