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문제가 있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 문제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정작 근본을 놓칠 수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가 이런 점을 간과한 채 맹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때가 됐다.
규제는 본질적 특성상 잘못된 현상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잘못된 것을 찾아 도려내고,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는 행위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억제하는 데 무게 중심을 둔다.
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대하는 데 있어 '해결'보다는 '억제'에 초점을 맞춰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를 통한 억제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혹자는 정부가 내놓은 규제도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억제가 아닌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규제가 7월 장맛비처럼 쏟아져 나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지난 2·20 대책까지 부동산 대책을 총 20번 내놓은 것으로 분석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근 3년간 2개월에 1번 이상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을 보고 있자면 매년 이맘때 여의도 윤중로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듯 정신이 혼미해진다.
대책이 많다 보니 그 안에 담긴 규제 하나하나는 현장과 동떨어진 경우도 숱하다. 국토부가 12·16 대책 후속 조치로 추진 중인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우선공급 대상자 거주기간 강화도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다.
'투기수요 근절 및 실수요자 보호'라는 목표에 따라 우선공급 대상자 최소 거주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린다는 얘긴데, 1년 차이가 투기수요를 얼마나 몰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장 전입 등을 통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더 준다는 취지지만, 이 역시 '문제 해결'에 집중해서 만들어 낸 규제라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하다. 거주 이동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특정 지역에 오래 산 사람을 실수요로 본다는 개념도 잘 이해는 안 된다.
어떤 지역에서 주택을 청약하려는 사람은 일단 그 지역에 들어가 2년 이상 살아야 우선순위를 받을 수 있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투기 수요를 몰아내는 긍정적 효과보다 실수요자의 불편이 더 클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 스스로 실수요자 범위를 축소해 수급 매칭을 더 어렵게 하는 악수일 수 있다.
아이들이 집안에서 시끄럽게 뛰어놀면 놀이터로 데리고 나가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찍소리 못하게 혼내기만 하는 것은 아이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단편적 규제다.
정부는 언제까지 자기중심적 규제로 쉽게 쉽게 정책을 펴나갈 셈인가? 언제까지 투기수요가 무서워 실수요자의 발까지 묶을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