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코로나19 사태 속 산업·신한은행 외화채 발행 '호평' 
금융권, 코로나19 사태 속 산업·신한은행 외화채 발행 '호평'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4.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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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 이상 수요 유치로 유리한 조건 외화 유동성 확보
불안정한 글로벌 금융시장서 韓 우량채권 선호도 확인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영등포구 산업은행. (사진=신아일보DB)

전 세계적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이 지난주 외화채권 발행을 통해 미화 총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두 은행 모두 발행금액 대비 4배 이상 수요 유치로 유리한 조건에서 외화 유동성을 확보했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내 우량 금융기관 채권에 대한 국제적 선호도를 확인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15일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에 따르면, 산은과 신한은행은 지난 7일과 9일 각각 3년·5년물 변동금리부채권(이하 FRN) 구조의 미화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 유로본드와 포모사 채권을 발행했다.

FRN은 채권 발행자가 만기까지 지급하는 이자율(발행금리)이 시장금리(기준금리+가산금리)를 기준으로 3개월마다 변동되는 채권을 말한다. 두 은행이 발행한 FRN은 모두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가 기준금리며, 가산금리(스프레드)는 각각 145bp와 170bp 수준이다.

특히, 이번 신규 공모 발행에서 두 은행은 약 4배 이상 해외 투자자 수요를 확인하고, 계획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마쳤다. 산은은 가산금리를 처음 제시한 것보다 35bp 낮췄으며, 신한은행은 발행금리 결정 시 기존 유통금리에 차액을 더하는 신규발행프리미엄(이하 NIP)을 치르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산은과 신한은행의 채권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산은의 경우 가산금리 자체는 지난 2월 글로벌본드 발행 때보다 높아졌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신용도가 낮으면 가산금리가 높아지는데 외화 산금채는 더블에이(AA)등급으로 한국 국고채 수준 안전도를 인정받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산은의 이번 가산금리는 지난 2월보다 상향 조정됐지만, 우량 기관들이 나서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로 높게 평가할 만하다"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는 나가서 조달도 못하고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통 신규 발행 성공 여부는 NIP로 평가할 수 있는데, 발행기관 입장에서 0이면 '성공', 30~40bp 정도면 불리한 조건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번 두 채권의 경우 모두 0에 근접한 NIP로 최근까지 미국과 유로존 발행시장에서 나온 발행물의 평균 NIP인 40bp 내외와 비교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낮은 NIP는 현금을 조달하려는 수요보다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더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시 중구 신한은행.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중구 신한은행. (사진=신아일보DB)

B은행 관계자는 전세계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한국의 우량 채권에 대한 선호도를 확인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시장 움직임은 많이 호전돼 거래도 활력을 찾은 상황이지만, 지난달에는 한국계 우량 기관들도 선뜻 발행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됐었다"며 "업계의 시각에서는 청신호"라고 해석했다. 

아직 글로벌채권 시장 분위기 자체가 발행기관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도 산은과 신한은행의 선전을 더욱 눈에 띄게 한다.

지난 8일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채권 발행 수요가 넘치는 반면 투자 수요는 적어 투자자들이 원하는 조건을 따라가는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투자자 우위 시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고등급(high-grade) △자국소비편중(Home Bias) △코로나 非민감 업종 △단기 부도위험 증가로 인한 장기물 등을 선호하는 가운데, 높은 가산금리를 요구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C은행 관계자는 "바이어스 마켓에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관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투자자가 요구하는 가산금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최근까지 미국 기업들은 올 1월 대비 3배가량 높은 가산금리로 현금을 조달 중"이라고 말했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