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탈 많았던 20대 국회… '역대 최악' 오명의 4년 재조명
[4·15 총선] 탈 많았던 20대 국회… '역대 최악' 오명의 4년 재조명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4.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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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탄핵과 文 부상… 與 '순풍', 野 '폭풍'
패스트트랙·조국 정국… 대립 '점입가경'
막말·비방 난발… 법안처리는 30% 그쳐
지난해 4월 26일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앞을 점거하며 이상민 당시 사개특위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26일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앞을 점거하며 이상민 당시 사개특위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년 후 국민이 20대 국회는 정말 달랐다고 박수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정세균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2016년 6월 13일 국회 개원식)

집권당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총선거' 대패로 원내 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20대 국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4년간 의원 발의 법안은 2만1557건으로 역대 최다였지만, 여야 극한 대치로 6522건의 법안만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의원 세비를 살펴보면 1인당 약 1억5188만원, 다만 법안 처리율은 평균 30.2%로 '역대 최악'이란 오명을 썼다.

<신아일보>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맞은 15일 20대 국회의 지난 4년을 재조명했다.

◇(2016~2017) 시작은 순탄했으나…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대혼란'

20대 국회 임기는 2016년 5월 30일부터 2020년 5월 29일까지다. 국회법 5조에 따르면 총선 후 최초 임시국회는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해야 한다. 또 같은 법 15조는 최초 집회일에 국회의장·부의장 선출은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재적 의원 과반을 득표하면 당선하도록 규정한다.

법에 따라 20대 국회는 그해 6월 6일에 최초 임시회를 소집해야 하지만, 의장단 선출을 두고 여야는 샅바 싸움을 벌였다. 122석의 새누리당이 123석 민주당에 의장직을 넘기는 것에 잠정 합의했다가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싸움을 벌였던 20대 국회는 그해 6월 9일 의장단 구성을 마쳤고, 나흘 후인 13일 개원했다. 늦은 감은 있었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가 2012년 7월 2일 원구성을 마쳤고, 17·18대 국회가 8월 26일이 돼서야 정상 개원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개원을 빨랐다고 볼 수 있다.

그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2017년 들어선 보수권 분열이 본격화했다. 그해 1월 24일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새누리당에서 분당을 선언한 30명의 의원은 개혁보수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새누리당은 2월 13일 명칭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새 출발을 시작했다.

이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핵 소추안'을 인용했고,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를 안게 됐다.

5월 29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압도적으로 꺾으며 19대 대통령에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3월 30일 오후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대기 장소인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3월 30일 오후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대기 장소인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 살아난 '이념 대립' 불씨… 지방선거 '파란 물결'

2018년에 들어선 여야 간 말싸움이 고개를 들었다.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동계올림픽'이라고 규정하며 문재인 정부 비판에 열을 올렸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보복을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2018년엔 문 대통령이 남한-북한 정상회담 등을 통해 압도적인 국민 지지를 받았다. 그해 6월 12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 간 회담을 이뤘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미 정상회담 다음날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을 온통 파란 물결로 덮었다. 민주당은 8개 지역 시장 선거에서 7석을 석권했고, 한국당은 대구 1석만 가져갔다. 도지사 선거 역시 9석 중 민주당이 7석을 차지했고, 한국당은 경상북도 1석, 제주도는 무소속 원희룡 지사를 택했다. 

6·13 지방선거는 정국을 가르는 분수령이었고, 전례없는 참패를 당한 보수에는 쓰나미가 몰아닥쳤다.

지난해 6월 실시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하며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실시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하며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 '패스트 트랙' 대전과 '조국'으로 떠오른 분열

2019년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치권 화두에 올랐다. 황교안 대표를 추대한 한국당 지도부는 1·2월에 이어 4월부터 장외투쟁에 돌입했고, 원내에선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을 두고 전면 난투극과 보이콧(불참)이 이어졌다.

여야는 7월에 들어서야 법안 처리에 시동을 걸었다. 7월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를 두고 공방을 벌였고, 8월에는 일본 내각의 한국 경제보복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과 각 정당 수장이 청와대에서 회동하기도 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9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두고 이념대립이 극에 달했다. 이른바 '강남좌파'에 대한 여론 비난이 쏟아졌고, 특히 청년층은 촛불집회로 좌절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국민 분열의 시작이자 '광장 정치'의 시발점이었다.

그해 막바지에는 범여권의 2020년도 예산 강행 처리로 갈등이 극에 달했다. 또 패스트 트랙 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은 살라미 임시회를 열었고,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공방했다. 전반기 의장 정세균 의원의 국무총리 내정도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논란을 불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을 마친 뒤 자리에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을 마친 뒤 자리에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 20대 국회, 시작과 끝… '막말·비방·정쟁'

올해 본격 총선 체제로 접어든 국회는 막말과 비방, 선동을 일삼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총선이 경제·정책의 대립이었다면 21대 총선은 진영 간 대결 구도를 보였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후폭풍으로 선거는 최대 혼란에 빠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탈했던 개혁보수가 돌아오자 한국당은 당명을 미래통합당으로 바꿨고, 비례대표 선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공식 출범시키면서 의석 수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민주당 역시 궁지에 몰리자 범여권으로 구성한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주도하며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맞불을 지폈다.

총선 준비 중 민주당은 일부 영입인재의 비위 의혹으로 골머리를 앓았고, 통합당은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과정에서 내전에 휩싸였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후에는 막말 정쟁이 이어졌다. 범여권은 지도부를 필두로 제1야당 지도부 비난에 열을 올렸고, 통합당은 일부 지역구 후보자의 막말로 총선 최대 악재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난을 맞자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포퓰리즘(인기몰이식 정책)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21대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왼쪽)과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지난 13일 각각 광진구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광진구 출마 후보 지원 유세를, 종로구 낙원상가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왼쪽)과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지난 13일 각각 광진구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광진구 출마 후보 지원 유세를, 종로구 낙원상가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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