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키 단일화 난관 ‘안개속’
선거의 키 단일화 난관 ‘안개속’
  • 김준성기자
  • 승인 2009.04.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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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단일화 될 경우 한나라당과 치열한 접전 예상
한나라-박대동, 진보신당-조승수, 민노-김창현 출사표

울산북구 4.29재보선은 진보진영의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승부'가 예상되지만, 선거의 키를 쥐고 있는 후보 단일화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전망은 더 짙은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한달여간의 협상 끝에 민주노총 울산북구 조합원 총투표 50%,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후보단일화 방식에 합의했지만,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조합원 총투표를 거부하기로 하면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 지역은 현대 자동차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많은 지역 특성상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으로 17대 총선 때는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였던 조승수 전 의원이 46.5%로 한나라당 윤두환(34.1%) 후보를 꺾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따라서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가 될 경우 한나라당과 진보 단일 후보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지만 무산될 경우 진보 지지표가 분산, 여당의 승산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5일 울산 MBC와 경상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울산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울산북구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19%를 기록, 17.8%인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와 11.8%인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가정해 조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29.6%로 박 후보 보다 지지율이 10.6%p 높게 나타났다.

후보단일화 논의가 난관에 봉착하기 전인 지난 7일 경향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단일 후보가 박대동 후보와 맞붙을 경우 조승수 후보의 경우 21.2%p, 김창현 후보는 13.9%p차로 앞서는 등 승률이 이보다 더 높았다.

7일 간격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울산 북구의 진보단일화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울산의 노동·진보진영에 혼란이 야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일화 승리=박빙, 단일화 무산=패배' 공식이 유력한 상황에서 총투표 무산으로 후보 단일화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몰리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양당 대표회담과 실무협의를 통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총투표가 안되면 양측에서 추천하는 인사들에게 단일화를 위임하는 방식을 제안할 생각"이라며 "일단 민주노동당 측에 실무회담 개최를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총투표 없이 단일화가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조합원 투표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총투표 자체가 안 되면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의 투표 참여율도 떨어질텐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조직표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방식을 통해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전체적인 판이 흔들리게 된다"며 "지도부가 개입해 이래라 저래라 룰을 만들 수도 없는 상황이고, 후보자들이 서로 양보를 통해 헌신적 결단을 내려 지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당은 선거 전날인 28일까지라도 후보 단일화는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설사 단일화가 되더라도 이미 분위기가 침체된데다 투표용지에 후보가 제각각 명기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혼란도 예상된다.

진보정당의 후보단일화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던 한나라당은 총투표 무산 소식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현재 울산 북구 옆 동네인 울산 동구에서 내리 5선 의원을 한 정몽준 최고위원을 내세워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정 최고위원의 지원이 유권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움직이게 될지도 이번 선거의 변수다.

박희태 대표는 지난 16일 울산 거리유세에서 정 최고위원을 "정계의 거목"이라고 치켜세우며 박대동 후보의 뒤에 정 최고위원이 버티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지역 사업을 하려면 철로도 옮겨야 하고 현대 자동차 협력업체들의 테크노파크도 만들어야 하고 할 일이 많다"며 "지역에서는 구청장과 시장과 손 발이 맞아야 하고 위로는 대통령과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여당 후보가 제격"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들어 울산 지역에서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7.6%p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나라당 지도부는 4·29재보선 선거운동이 중반으로 접어든 22일 경주와 울산으로 총출동해 표밭갈이에 나섰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의 전면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경주로 내려가 정종복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에 나선다.

경주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친박의 정수성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나왔던 초박빙 지역인 만큼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함께 정 후보를 지원한다.

홍 원내대표는 울산 북구에서, 박대동 후보를 응원한다.

박 후보가 최근 이뤄지는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선거운동 기간이 비교적 많이 남은 만큼 기존 표심을 굳히고 새 표밭갈이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