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 처리된 ‘한미 FTA 비준안’
강행 처리된 ‘한미 FTA 비준안’
  • 장덕중기자
  • 승인 2009.04.22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 단독 상정 4개월여만…또다시‘고성·몸싸움’
민주 “표결 없이 일방적 통과, 강행처리 시도 ‘원천무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동의안이 22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18일 한나라당 소속 외통위원들에 의해 단독 상정된 뒤 약 4개월여만의 일이다.

국회 외통위 박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FTA비준동의안을 정식 상정하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반발로 장내가 어수선한 가운데 통과를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오전 11시44분께 "더 이상 질의할 의원이 없기 때문에 한미FTA비준동의안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었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봉을 야당에게 빼앗긴 위원장이 손으로 노트북을 세 번 두드려 통과를 선언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위원장석을 에워싸고 있던 민주당 최규성·천정배,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은 박 위원장의 마이크를 빼앗으며 저지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갔다.

법안처리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장 밖으로 빠져나갔으며,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남아 법안 처리에 대해 항의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위원장의 법안 내용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으며, 토론 절차와 반대의견조차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법안 처리는 원천 무효"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 외통위 위원들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을 마친 상황에서 미국 측이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을 요구해 올 경우 한미 FTA의 운명은 파탄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정배 의원은 "이번 사태는 한나라당의 한미 FTA 강행처리 시도일 뿐, 위원장의 발언 자체에 처리대상도 없었다"며 "한미 FTA 비준안 표결은 있지도 않았다.

무효도 아니라 '부존재'"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이같은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 대해 "토론할 상황이 아니지 않나"라며 야당의 책임을 물었다.

앞서 여야는 1월 임시국회를 정리하며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빠른 시일 내에 한미FTA비준안을 협의처리 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날 외통위를 통과함에 따라 조만간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날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시도와 관련, "야당의 토론 신청에도 불구하고 표결 없이 일방적 통과를 선언한 것"이라며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상임위 회의가 정회된 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는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안건이지, 우리가 정상회담을 위한 선물로서 준비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오히려 우리 국회의 선비준은 우리의 선택폭을 좁게 만들 뿐이고 최악이 경우 한미 FTA의 좌초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을 마친 상황에서 미국 측이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을 요구해 올 경우 한미 FTA의 운명은 파탄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서 주장한 ▲소 직불금 도입 등 농축수산업 대책 ▲파생금융상품 등에 대한 규제감독 조치 강화 ▲중소기업에 대한 사업전환 대책 ▲제약분야 보호대책 ▲영화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친 지원대책 등 5대 대책을 거듭 촉구한 뒤 "한나라당의 FTA 강행추진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