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한국타이어…곳간은 오히려 불어났다
오너리스크 한국타이어…곳간은 오히려 불어났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4.1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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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익 전년比 23% 하락…주주레터 통해 "통렬히 반성"
코로나19 위기의식 분위기 없어…이익잉여금만 지속적 확대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제품 판매 증진보다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어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타이어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임원 급여 반납, 소비자를 찾아가는 서비스 등 자구책 마련과 제품 판매 증진에 힘쓰지만, 한국타이어는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조현범 대표가 구속 기소된 후 오너리스크를 우려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판매확대 등 전사적 자구안 마련에 소극적이다.

금호타이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전 임원의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으며, 자사 유통점인 ‘타이어프로(Tire Pro)’를 통해 제품 4본 구매자 대상 무료 교체 방문 서비스에 나섰다.

넥센타이어는 지난달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직접 직원이 찾아가 타이어를 교체해주는 ‘넥스트레벨 고(GO)’을 출시했다.

반면, 한국타이어도 지난해 5월부터 비대면 서비스인 ‘스마트픽업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눈에 띄는 마케팅은 거의 없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실적 하락을 이유로 지난달 23일 주주들에게 주주레터를 보내며 “과거의 성과에 도취돼 현실에 안주하고, 타이어 산업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란 점을 인식한다”며 “이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자구안 마련에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응과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 오른 6조896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22.7% 하락한 5429억원을 기록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타이어의 이익잉여금은 쌓여가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영업 활동 등에서 발생한 이익이 기업 내 유보돼 누적된 것을 가리킨다. 이익잉여금은 재무제표상 자본 항목으로 분류돼 금액이 많을수록 자기 자본비율이 증가해 재무구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이익 잉여금은 4조3437억원이다. 이는 지난 2018년 3조9959억원과 비교해 약 8% 증가한 수치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들어서는 유휴 자산인 부산 영도 물류센터 부지 매각을 추진하면서 재무 건전성 강화와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섰다. 다만, 한국타이어는 이번 물류센터 부지 매각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유휴 자산 매각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응은 아니다”며 “전반적인 계획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까닭에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의 최근 행보를 두고 오너리스크와 연관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조현범 대표의 구속기소 등으로 기업이 불안정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선택적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조 대표는 지난해 11월 하청업체로부터 매달 수백만원씩 총 5억원 안팎을 받고, 계열사 자금 2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후 검찰은 지난 8일 조 대표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조 대표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17일 진행된다.

selee@shinailbo.co.kr